증권가에서 엔씨소프트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는 추세다. 지난주 국내에 정식 출시한 신작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인 ‘쓰론 앤 리버티(TL)’ 성과가 아쉽다는 분석에 기인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엔씨소프트의 목표주가를 기존 24만원에서 21만원으로 12.5% 하향 조정했다. 투자의견은 중립을 유지했다. 통상 증권사의 매도 보고서가 찾아보기 힘든 점을 감안할 때 투자의견 중립은 매도 의견으로 읽힌다.
주가도 하락하는 상황이다. 엔씨소프트 주가는 이달 초 28만1000원에서 전날까지 14% 급락했다. 지난 11월2일 온라인 쇼케이스를 통해 TL 출시 일정을 처음 공개했을 당시 주가인 23만8000원선 근처로 회귀해 지난 한 달 동안 일궈냈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TL은 지난 7일 21개 서버로 국내에 정식 출시했다”며 “주말에도 추가 서버 증설 없이 대부분의 서버가 원활한 모습이다”고 말했다. 서버 한 개에 수용 가능한 최대 동시 접속자 수는 5000~1만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어 오 연구원은 “현재 동시 접속자 수는 10만명 이하로 추정돼 TL의 국내 성과가 아쉽다”며 “패스 중심의 수익 모델(BM)로 이용자당 매출(ARPU)이 낮은 만큼 실제 매출은 트래픽이 유사한 경쟁 게임보다도 낮다. TL의 내년 국내 매출 추정치를 기존 2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하향한다”고 덧붙였다.
TL은 출시 이전 사전 캐릭터 생성 기간에 이용자들이 몰리면서 흥행 기대감을 높였다. 엔씨소프트가 지난 3일까지 TL 사전 캐릭터 생성을 진행한 결과, 5개 서버로 시작된 이후 조기 마감돼 11개 서버를 추가 오픈해 각 서버 수용 인원을 증설했다. 최종 20만개 이상의 캐릭터가 사전 생성됐다.
다만 정식 서비스 출시 이후 게임 튕김 현상을 비롯해 최적화 관련 불만들이 다수 제기됐다. 또 비공개 베타 테스트에 적용된 자동 사냥·이동 기능 제거에 대해서도 호불호가 극심하게 갈렸다.
삼성증권은 TL의 내년 매출 추정치를 기존 37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출시 이후 부진한 성과를 거두면서 추정치가 반토막 나버린 셈이다. 이를 반영한 영업이익도 2500억원에서 1200억원으로 내렸다.
오 연구원은 “내년 구조조정과 신작 개발로 내후년부터는 반등의 발판을 마련 중이다”면서도 “내년에는 실적 부진이 불가피한 만큼 추가적인 주가 하락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