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25)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라클파크에서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 입단식이 열렸다. 이날 입단식에서 이정후는 구단 관계자와 현지 취재진 등 100여명 앞에서 처음으로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에서 달았던 51번 유니폼과 모자를 이정후에게 건넨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구단 사장은 “이정후는 KBO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 중 한 명”이라며 “우리는 오랫동안 그의 성장을 지켜봐 왔다.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훌륭한 활약을 했다”고 소개했다.
이정후는 통역 없이 영어로 인사했다. 그는 “헬로 자이언츠, 마이 네임 이즈 이정후(안녕하십니까, 이정후입니다)”라며 자신을 한국에서 온 ‘바람의 손자’라고 소개했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주 가족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 자신의 부모님에게 감사인사를 전한 후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꿈을 이뤄 기쁘다. 나는 이곳에 이기기 위해 왔다. 레츠 고 자이언츠"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정후는 현역 시절 ‘바람의 아들’로 불린 아버지 이종범 전 LG 트윈스 코치에 대해 소개하며 자신의 별명이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입단식엔 이종범 전 코치와 어머니 정연희 씨도 참석해 이정후가 답변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한국에서 이정후와 같은 팀이었던 샌디에이고 김하성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두 사람은 2017~2020년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에서 같이 뛰었다. 이날 이정후는 “하성이 형과는 한국에서 팀 동료로 뛰었고, 내게 정신적 지주였다”며 “하성이 형과 다른 팀 소속으로 맞대결하게 돼 신기하고 설렌다. 형은 항상 좋은 말을 해준다. 미국에서도 많이 물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정후는 내년 3월29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리는 미국 본토 개막전에서 김하성과 만난다.
이정후는 올해 아메리칸 리그 MVP를 받은 오타니 쇼헤이와도 맞대결한다. 오타니는 최근 이정후와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속한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로 10년 7억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두 팀은 내년 4월2~4일(다저스 홈), 5월14~16일(샌프란시스코 홈), 6월29~31일(샌프란시스코 홈), 7월23~26일(다저스 홈) 총 13경기를 펼친다. 다만 오타니가 팔꿈치 수술을 받아 내년엔 타자로서 부딪힐 예정이다. 이정후는 오타니와 대결에 관한 질문에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샌프란시스코는 14일 “이정후와 계약기간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약 1462억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2027시즌이 끝난 뒤 옵트아웃(구단과 선수 합의로 계약 파기)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됐다. 이정후는 계약 기간 동안 56만5000달러를 기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정후의 이번 계약은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 중 역대 최고 금액이다. 2013년 류현진이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6년 3600만달러(연평균 600만달러), 타자로선 2021년 김하성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4년 2800만 달러(연평균 700만 달러) 계약이 그동안 최대 규모였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