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홈2’ 이진욱 “그래도 인간을 믿는다” [쿠키인터뷰]

‘스위트홈2’ 이진욱 “그래도 인간을 믿는다” [쿠키인터뷰]

넷플릭스 ‘스위트홈2’서 사실상 1인2역 소화
시즌2 분량 적어 원성 높지만…“시즌3선 더 많이 나올 것”

기사승인 2023-12-20 11:00:07
배우 이진욱. 넷플릭스

배우 이진욱은 2020년 공개된 넷플릭스 ‘스위트홈’을 “괴물 같은 인생을 산 남자가 인간다워지는 과정”(에스콰이어)이라고 봤다. 그가 맡은 편상욱이 그랬다. 남을 해치며 돈벌이를 했지만 괴물로 변한 인간으로부터 모르는 이들을 구하려고 몸을 던졌다. 이달 초 공개된 시즌2에선 정반대다. 자신을 신인류라 칭하며 인간에게 복수하려 든다. 생체 실험을 당한 특수감염인 정의명(김성철)에게 몸을 빼앗긴 탓이다. “실험체가 돼 인간의 잔인함을 경험하면서 (의명이) 인간성을 상실했다고 해석했어요. 왜 자신이 도구로 쓰여야 하는지 의문을 품었을 거라고요.” 지난 15일 서울 안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진욱이 들려준 해석이다.

이진욱은 이 작품에서 사실상 1인2역을 소화했다. 편상욱의 인격이 달라져서다. 이진욱은 왼쪽 얼굴과 오른쪽 얼굴을 다르게 표현했다고 한다. “인위적으로 만드는 표정은 오른쪽, 진짜 감정은 왼쪽에 먼저 나타난대요. 좌우를 다르게 표현하면 미묘하게 느껴질 것 같았어요.” 말투도 달라졌다. 시즌1의 편상욱은 말수가 적고 목소리도 낮았지만 시즌2에선 사이비 신도 같다. “맹목적인 믿음을 가졌고 인간적이지 않은 느낌”이 짙다. 이진욱은 김성철로부터 시즌2 초반 대본 녹음본을 받아 편상욱을 준비했다. 김성철은 ‘스위트홈’ 시즌1에서 정의명으로 짧게 등장했다.

시즌1과 비교해 분량은 많지 않다. 4화부터 종적을 감췄다가 마지막 화에 다시 등장한다. 시청자들 원성이 높았다. 지인들도 ‘왜 네가 나오지 않냐’며 성화였다고 한다. 이진욱은 “그럼 네가 제작하라고 했다”며 웃더니 “시즌3에선 분량이 늘 것”이라고 예고했다. ‘떡밥’도 회수된다. 정의명을 거쳐 편상욱 몸에 깃든 남상원(이신성)의 인격이 고개를 든다. 새 인격과 편상욱의 갈등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진욱은 “시즌2 초반에 편상욱이 죽은 박유리(고윤정)을 회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꺾이지 않은 편상욱의 의지를 보여준 장면”이라며 “이것이 시즌3의 어떤 장면을 설명하는 밑밥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스위트홈2’ 속 이진욱. 넷플릭스

욕망이 인간을 괴물로 만드는 폐허(‘스위트홈2’) 속에서 보낸 1년. 이진욱은 “세상이 망해도 함께하는 이가 있으면 살 만하다”고 봤다. “(세상과 함께) 일그러지는 사람도 있겠으나 시간이 흐르면 좋은 방향을 찾는 존재”가 인간이라고 이진욱은 믿는다. 그 역시 시간과 함께 성장했다. 2003년 광고모델로 데뷔해 한때 “감정표현이 크지 않아 감독님께 자주 혼나며” 연기를 깨쳤다. 화면에서 그는 매일 얼굴이 바뀌는 남자(영화 ‘뷰티인사이드’)였다가 어두운 과거를 지닌 형사(OCN ‘보이스’)가 되기도 했다. 이진욱은 “작가님과 감독님의 의도를 충실하게 표현하는 게 배우로서 내가 해야 할 몫”이라며 “인기나 시청률은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쩌면 이진욱의 행보가 앞으로 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는 특별출연으로 짧게 나왔던 넷플릭스 ‘이두나’를 보고 “대중이 내게 무엇을 원하는가”를 느꼈다고 했다. 지인들은 “가진 건 외모뿐”이라고 평가하지만 정작 자신은 “내가 잘생겼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는 이 배우는 벌써 20년째 자신을 탐구하고 있다. “대중이 저한테서 원하는 게 무엇인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저는 그동안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을 택해왔거든요. 사람들이 저의 어떤 면에서 매력을 느끼는지도 전부 알지는 못해요. 다만 제 단점을 상쇄하는 어떤 매력이 있기에 제가 지금껏 살아남은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은 합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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