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이 확정된 태영건설에 대한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강등이 연달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의 재무 부담 리스크도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28일 국내 시공능력 순위 16위의 중견 건설사인 태영건설은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에 들어섰다고 공시했다. 만기가 목적으로 다가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채무 규모가 높아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던 게 원인으로 추정된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태영건설의 등급을 내리는 추세다. 이날 한국신용평가는 태영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하향검토)에서 CCC(하향검토)로 조정했다.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태영건설의 자체 신용도와 동일하다. 아울러 태영건설이 발행한 기업어음의 신용등급도 기존 A2-(하향검토)에서 C(하향검토)로 하향 조정했다.
한신평은 “채무조정 과정에서 원리금 감면, 상환유예, 출자전환 등에 따른 원리금 손상이 예상된다”며 “향후 워크아웃 개시 여부, 진행 과정, 채권 손상 수준 등을 신용등급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에 따라 건설업계까지 불안감이 확산되는 것으로 보인다. 한신평은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주요 건설사들의 회사채 규모를 약 2조3700억원으로 집계했다. 이는 지난달 말 기준 시공능력 상위 50위권 건설사(건설 매출 비중이 50% 미만인 업체는 제외)들의 회사채 만기 구조를 분석한 결과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오는 2월 말까지 롯데건설·SK에코플랜트·한화·현대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에서 총 1조4200억원가량의 회사채 만기가 다가온다. 등급별로 상반기 회사채 만기 도래 물량을 보면 A급이 약 1조8800억원으로 79%가량을 차지했다. 아울러 AA급은 1400억원, BBB급은 35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하반기 회사채 만기 도래 규모는 1조2200억원으로 상반기 대비 부담이 덜한 수준이다.
최근 문제가 되는 건설사들의 부동산 PF는 아직 확정된 채무는 아니다. 다만 부동산 경기 저하 등으로 사업이 성사되지 않아 돈을 갚지 못할 경우 건설사 채무로 확정되는 ‘우발채무’다. 그러나 회사채는 직접적인 채무로 분류된다. 건설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나빠지면 회사채 차환에도 어려움이 다가온다.
건설업은 내년에도 가시밭길을 걸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기업평가는 “경기 부진과 고금리 지속으로 실질 구매력이 저하된 만큼 공격적인 분양가 책정이 쉽지 않고, 건설사 대손의 직접적 원인인 준공 후 미분양 증가 등으로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건설업황에 대해 분석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