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 새해에는 ‘K 없는 K팝’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K팝 제작 시스템과 현지 인력을 결합한 ‘K팝 3.0’ 전략이 북미에서 시험대에 오른다. 하이브, JYP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획사가 그 선봉에 섰다.
먼저 첫발을 떼는 건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이 이끄는 JYP다. 미국인과 캐나다인으로 구성된 그룹 비춰(VCHA)를 오는 26일 데뷔시킨다. 비춰는 JYP와 유니버설뮤지그룹 산하 레이블 리퍼블릭 레코드가 합작한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다. 이미 두 차례 프리 데뷔곡을 냈다. 하이브는 미국 게펜 레코드와 합작한 글로벌 오디션을 통해 그룹 캣츠아이 멤버 6명을 선발했다. 한국, 미국, 필리핀, 스위스 등 국적이 다양하다. 이들도 올해 미국에서 데뷔할 예정이다.
SM은 영국에서 보이그룹을 만든다. 이를 위해 현지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문앤백(MOON&BACK·M&B)과 전략적 협약을 맺었다. M&B가 새 그룹 멤버를 캐스팅하면 SM은 음악, 뮤직비디오, 안무 등 K팝 노하우를 제공한다. M&B는 보이그룹의 성장 과정을 6부작 TV시리즈로 제작해 내년 하반기 한국, 영국과 미국 등에 방영한다. 미국에 본사를 둔 K팝 기획사도 지난해 4월 설립됐다. SM 출신 한세민 의장을 필두로 강정아 CEO, 최고 퍼포먼스 책임자(CPO) 리아킴, 최고 비주얼 책임자(CVO) 이겸, 최고 비즈니스 책임자(CBO) 돔 로드리게스가 뭉쳤다.
그간 ‘K팝 3.0’ 전략은 주로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이뤄졌다. JYP 소속 일본 그룹 니쥬가 그 사례다. 아시아는 K팝의 오랜 우방이었다. 일본과 중국이 K팝 음반 수출을 견인했다.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K팝 인기가 높았다. 변화가 감지된 건 지난해부터다. 동남아시아 수출 시장이 예년 같지 않았다. 중국도 정부 규제와 경기 부진으로 앞날이 불투명하다. 그사이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이 기존 아시아 국가들을 제치고 K팝 수출 대상국 10위권 내로 진입(지난해 11월 기준)했다. “동남아시아 로컬 음악이 K팝을 대체”하고 “비아시아권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자 한 K팝 산업의 전략이 맞물린 현상”(김진우 써클차트 수석연구원)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 시장에서도 ‘대형 신인’들이 격전을 벌일 전망이다.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는 오는 22일 6인조 아이돌 그룹 투어스를 데뷔시킨다. 그룹 세븐틴 이후 9년 만에 선보이는 보이그룹이다. 이들은 소년 시절의 순수한 감성을 극대화한 음악으로 친구 같은 가수가 되겠다는 각오다. 2일 선공개곡을 낸다. SM 소속 그룹 NCT의 마지막 유닛 NCT 뉴팀(가칭)도 올해 데뷔한다. JYP는 니지의 뒤를 잇는 일본 보이그룹 넥스지와 중국 보이그룹 프로젝트 C를 준비 중이다. 이밖에 ‘중소돌의 기적’을 일으킨 그룹 피프티 피프티 제작사는 JTBC와 손잡고 걸그룹 오디션을 선보인다. Mnet은 프로듀서 테디가 참여하는 걸그룹 오디션 ‘아이랜드2’와 보컬 중심의 보이그룹 오디션 ‘빌드업 : 보컬 보이그룹 서바이벌’을 제작한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