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사로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오던 4대 금융지주 수장들이 자발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성공방정식의 변화’, ‘패러다임의 전환’ 등의 표현을 통해 금융환경의 변화를 인정하고, 변화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금융업이 고객 및 사회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2023년 연간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17조 231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사상 최대치였던 2022년 순익 추정치(16조 5510억 원)보다 4.1% 더 늘어난 수치다.
은행을 중심으로한 4대 금융지주의 막대한 순익은 국민의 높아진 이자 부담에서 발생한 만큼 국민은 금융지주의 막대한 순익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결국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금융사의 영업행태를 질타하고, 금융사들이 ‘상생금융’이라는 이름으로 반강제적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올해 신년사에서 이같은 금융환경 변화를 수용하고 고객과 사회를 먼저 생각하는 변화를 보여야 한다는 절박함을 드러냈다.
먼저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금리 상승은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일이었지만, 고금리로 고통받는 많은 이들에게는 이러한 금리체계가 정당하고 합리적인가에 대한 불신을 넘어 분노를 일으키게 됐다”며 “이미 검증된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항변보다는, 우리의 성공방정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손님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우리의 진심이 잘 전달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프로세스를 개선해, 투명하고 합리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우리의 성장 전략에 대한 인식전환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패러다임의 전환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회장은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로 우리에게 익숙했던 전통적 고객 분류는 이제 무의미해지고 있다”며 “부(富)의 양극화로 사회 곳곳에 취약계층이 확대됨에 따라 금융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방법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고객의 범주에 ‘사회’를 포함해 KB-고객-사회의 ‘공동 상생전략’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모든 비즈니스 영역에서 고객을 섬기는 철학을 바탕으로 상품/서비스 판매 원칙을 전면 재정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지주의 진옥동 회장과 우리금융지주의 임종룡 회장도 고객 및 사회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기는 마찬가지다.
진 회장은 “규모와 성과에만 몰두한다면 ‘고객’이라는 본질을 놓칠 수 있다”며 “麗澤相注(이택상주)의 마음가짐으로, 상생을 실천하자”고 말했다. 이택상주는 두 개의 맞닿은 연못은 서로 물을 대어주며 함께 공존한다는 의미다.
그는 “어떠한 환경에서도 혼자만의 생존은 불가능하고 자신을 둘러싼 모두의 가치를 높이고자 힘쓰는 기업만이 오랫동안 지속가능할 수 있다”며 “우리 사회와 이웃, 함께하는 모두와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상생의 가치를 지켜 나가자”고 덧붙였다.
아울러 임 회장도 “고객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마음으로 적극적인 상생금융 지원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고객이 가장 신뢰하는 금융그룹이 되야 한다”고 토로했다.
한편 금융당국 수장도 금융권의 사회적 역할이 강화되야 한다고 역설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많은 가계와 기업에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고, 경기회복도 대기업 수출 위주로 진행되어 내수에 의존하는 다수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이익은 답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에 “우리 사회가 소득·자산 불균형과 정치 양극화 속에서 현재의 난관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민 등 취약계층이 무너지지 않도록 함께 힘써, 사회적 연대감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