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내놓은 자구안을 두고 채권단의 실망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까지 나서 추가적인 자구 노력을 요구한 상황. 일각에서는 과거 동부건설이 자구안 문제로 채권단을 설득하지 못 한 결과 끝내 법정관리에 넘어간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채권단 입장에서는 태영건설 자구계획이 아니라 오너일가 자구계획”이라며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뼈를 깎는 자구노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채권단 입장에서는 남의 뼈를 깎는 노력”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앞서 태영그룹은 3일 채권단을 대상으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1549억원) 지원 △에코비트 매각추진 및 매각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제공 등의 자구안을 발표했다. 다만 대영 측이 내놓은 자구안에는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이나, SBS 지분 매각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여기에 채권단은 태영 측의 자구안 이행 의지에 대해서도 의심하고 있다. 태영 측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지원이 지연된 영향이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이와 관련해 “태영 측이 당초 약속한 자구 계획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점은 주채권은행으로서 대단히 유감”이라고 실망감을 표현한 바 있다.
태영 측이 채권단 설득에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지 못 하면서 법정관리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 산업은행은 주채권은행 역할을 맡아 자구안 이행을 놓고 줄다리기 끝에 그동안 여러 기업의 워크아웃을 거부한 바 있다. 일례로 2014년 산은은 동부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을 거부했다.
당시 동부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했지만 산은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은 고통분담 차원에서 자구계획에 필요한 자금의 절반을 동부 측이 부담하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양측의 합의가 불발되면서 동부건설은 그 해 12월 31일 법정관리로 넘어갔다.
채권단 사이에서는 일단 11일까지 기간이 남은 만큼 태영 측의 추가 자구 노력을 지켜보자는 반응들이 나온다. 산은은 오는 11일 제1차 채권단 협의회를 개최하고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전날 일부 설명이 있었지만 아직 판단을 내릴 정도의 정보가 부족하고 태영 측의 추가 자구노력 기대도 있다”며 “단순히 전체 채무 규모만 가지고 판단을 내릴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개별 건 별로 회수 가능성 등을 고려해 봐야 한다”며 “채권자들이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산은이 좀 더 정보 제공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태영 측이 협력업체를 볼모로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반응도 있었다. 또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설명회 당시 태영 측이 협력업체를 거론하며 줄도산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며 “이는 채권단의 선택을 압박하는 의미로 해석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는 국내 경제에 미칠 파급력을 두고 줄다리기 하는 것 같은데 다소 무리수로 보였다”고 덧붙였다.
한편 태영 측도 채권단 분위기가 악화되자 추가 행보에 나서고 있다. 태영 측은 전날 자구안에 따라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의 태영건설 지원을 모두 이행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에는 사주지분 매각분이 포함돼 있으며, 추가적으로 68억원 규모의 사재출연이 있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