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인상 바람이 거세다. 명품 시장 성장세의 둔화 속 가격 인상 행렬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언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잇달아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에르메스는 국내 신발에 이어 일부 가방 가격을 약 10~15% 올렸다. 대표적으로 피코탄18은 408만원에서 457만원으로 12%, 에르백31은 382만원에서 422만원으로, 에블린16은 276만원에서 305만원으로 각각 10.5% 인상됐다.
미니 린디는 종전 898만원에서 1009만원으로 올랐다. 에르메스는 지난 1일 신발 가격을 최대 44% 가량 인상했다. 샌들 오란 리자드는 245만원에서 352만원으로 100만원 가량 올리기도 했다.
에르메스를 시작으로 명품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프라다는 올해부터 제품 가격을 5~10% 가량 인상한다. 명품 시계 브랜드인 롤렉스도 1월 1일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약 8% 올렸다.
샤넬(CHANEL)은 오는 9일부터 일부 주얼리와 시계 가격을 4~5% 이상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샤넬은 지난해 3월과 5월 가방 가격을 올린 데 이어 10월에 신발 가격을 각각 인상한 바 있다. 델보(Delvaux)와 부첼라티(BUCCELLATI)도 조만간 인상 가능성이 제기된다. 루이비통(Louis Vuitton)과 디올(DIOR), 부쉐론(Boucheron) 등 브랜드도 올 1~2월 내 인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명품 주얼리 가격도 오른다. 티파니앤코와 펜디도 일부 제품에 대한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명품 브랜드들의 이같은 가격 인상 행렬은 소비자들의 심리를 자극해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로 파악된다. 코로나19 기간 이른바 ‘보복 소비’로 호황을 누렸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매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를 만회하는 방법으로 제품 가격 인상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등으로 명품 수요가 주춤한 상황이지만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인상은 매년 이어지고 있다. 원인으로는 명품이라는 브랜드가 주는 가치와 희소성을 꼽을 수 있다.
일각에선 소비자들의 꾸준한 명품 수요가 가격 인상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불황 속에서도 명품을 살 사람은 사기 때문에 가격탄력성이 낮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명품 업체들이 가감없이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명품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 침체와 코로나 이후 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명품 매출이 사실상 떨어진 건 맞다”면서도 “명품이 사치재라는 특성 상 어쩔 수 없이 가격 인상이 지속되지 않을까 싶다. 한번 오른 가격을 다시 내리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제품에 대한 명품 수요는 꾸준히 있는 상황”이라며 “과거에는 명품 구매가 가방에 한정돼 있었다면 최근 신발과 의류, 벨트까지 품목도 다양해지고 소비자 접근성이 넓어진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