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 감독 셀린 송이 연출한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가 미국 골든글로브 5개 부문 후보로 올랐지만 수상하진 못했다.
8일(한국시간) 골든글로브 측에 따르면 ‘패스트 라이브즈’는 작품상(드라마 영화 부문), 감독상, 여우주연상(배우 그레타 리), 각본상, 비영어작품상(옛 외국어영화상)에서 수상을 노렸다.
그러나 실제 상을 받진 못했다. 드라마 영화 부문 작품상은 영화 ‘오펜하이머’가 가져갔다. 감독상도 ‘오펜하이머’를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받았다. 드라마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은 영화 ‘플라워 킬링문’(감독 마틴 스코세이지)의 배우 릴리 글래드스톤, 각본상과 비영어작품상은 모두 영화 ‘추락의 해부’(감독 저스틴 트리엣)에게 돌아갔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어린 시절 서울에서 절친했던 나영(그레타 리)과 해성(유태오)이 20여년 만에 뉴욕에서 재회하며 벌어지는 일을 보여준다. 영화 ‘넘버3’를 연출한 송능한 감독의 딸 셀린 송의 감독 데뷔작이다. 지난해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어워드, 시카고 비평가 협회상, 로스앤젤레스 비평가 협회상, 뉴욕 비평가 협회상 등 여러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다.
골든글로브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가 1944년부터 주최해온 시상식이다. 흔히 ‘오스카’라고도 불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결과를 가늠해볼 수 있는 행사라 주목도가 높다. 올해는 더 그랬다. HFPA가 내부비리와 각종 차별 논란으로 진통을 겪은 뒤 연 시상식이라서다. 골든글로브는 수십년 간 이 시상식을 제작해온 DCP에 지난해 매각됐다. 수상자를 가리는 투표인도 기존 100여명에서 310명으로 대폭 늘렸다.
한국 영화 가운데선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이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라 외국어영화상 트로피만 차지했다. 배우 윤여정이 출연한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는 외국어영화상에만 후보로 지명돼 상을 받았다. ‘미나리’는 미국 제작사에서 만든 영화인데도 영어 대사가 절반을 넘지 못한다는 이유로 외국어영화로 분류됐다. 골든글로브의 인종차별 논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패스트 라이브즈’가 골든글로브에선 무관에 그쳤으나 낙담하긴 이르다. 영화는 다음 달 열리는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외국어영화상, 오리지널 각본상, 감독상, 남자 주연배우상, 여자 주연배우상 예비후보로 올랐다. 해성을 연기한 유태오는 미국 영화평론가 앨리사 윌킨슨(뉴욕타임스)으로부터 “훌륭하다”는 평가와 함께 오스카 남우조연상 후보로 추천받기도 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