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태리는 영화 ‘외계+인 2부’(감독 최동훈)를 특별한 경험으로 기억한다. 한 작품을 이토록 오랜 기간 붙들던 경험은 여러 경력을 가진 그에게도 흔치 않은 일이었다. 3년 전 촬영한 작품을 두 차례에 걸쳐 스크린으로 만나자 여러 감회가 잇따랐다. 지난 4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태리는 “오랜만에 관객의 마음으로 영화를 봤다”며 활짝 웃었다.
우여곡절 많았던 작품이다. 기대작으로 꼽히던 1부가 예상외 부진을 기록하며 연출을 맡은 최동훈 감독의 마음고생이 컸다. 배우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감독을 응원했다. 언론배급시사회를 위해 오랜만에 뭉친 이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뻐하기 바빴단다. 평가 역시 좋다. 데뷔작 ‘아가씨’를 함께한 박찬욱 감독은 개봉 전 열린 GV 행사에서 ‘외계+인 2부’를 두고 “놀라운 성취”라고 칭찬했다. 김태리에게 “2부 개봉이 더더욱 뜻깊게 다가오는” 이유다.
“감독님은 배우들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 이 작품을 준비해 왔잖아요. 1부 개봉 이후에도 배우들은 다른 작품을 했지만, 감독님은 오롯이 ‘외계+인’만을 붙들고 지금까지 온 거예요. 여러 마음이 들 수밖에 없죠. 저 역시도 최대한 도움을 드리고 싶어 후시녹음에 열심히 참여했어요. 이번만큼 열심히 녹음한 일도 없었어요. 조언과 응원 역시 열심히 보내드렸어요.”
돈독한 현장이었다. 후반부 액션 신은 촬영에만 두 달이 걸렸을 정도로 까다로웠다. 그럼에도 배우 누구도 불평이나 불만이 없었단다. 촬영장에는 늘 훈기가 가득했다. 촬영이 없는 날에도 서로의 현장을 찾았을 정도로 모두가 한 마음으로 작품을 응원했다. 선배 배우 김의성은 모든 배우의 첫 촬영 현장을 방문했을 정도다. 김태리는 “별 말 없이도 의지를 할 수 있던 현장”이라면서 “생각할 수록 좋았던 기억뿐”이라고 돌아봤다.
이안을 연기한 김태리는 ‘외계+인 2부’의 중추 역할을 한다. 이안은 영웅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도 고뇌하고 모두를 구해내기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인다. 김태리는 이안을 멋지지만은 않게 그려내려 했다. “엉뚱함과 쓸쓸함까지 담아내며 다면적인 캐릭터를 만들고자 한” 의도다. 다층적인 캐릭터는 김태리의 특기다. 지난해 참여한 SBS ‘악귀’에서는 구산영 캐릭터뿐 아니라 그에게 씐 악귀까지 함께 표현해 호평을 얻었다. 해당 작품으로 연기대상까지 수상하며 노고를 인정받았다. 지난해를 돌아보던 김태리는 “후회는 없다”며 소회를 전했다.
“저는 매 작품 최선을 다했어요. 아쉬웠던 지점은 당연히 있죠. 하지만 그때의 제가 할 수 있던 한계였다고 봐요. 그게 뭐 어떤가요? 다음에 해내야겠다는 마음으로 임하면 돼요. 이런 마음이면 늘 후회가 없어요. 모든 걸 내려놓고 집중하자는 게 요즘 제 마음가짐입니다. ‘외계+인’ 시리즈 역시 그래요. 저는 집중했고,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어요. 1부를 보고 갈증을 느꼈다면 2부에서 완벽한 해갈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최동훈 감독님의 영화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장면도 있어요.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