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시간①] ‘부당합병 의혹’ 이재용 선고 D-11…“검찰 논리에 빈틈”

[삼성의 시간①] ‘부당합병 의혹’ 이재용 선고 D-11…“검찰 논리에 빈틈”

“법원, 공판중심주의 구현…최근 ‘재판정 증언’ 채택 확률 높아”
“검찰 뚜렷한 근거 제시 못해…비율 계산 합병, 위법 사항 없다”
“‘합병 끝났는데 정당화 위해 분식 지시’…검찰 논리 맞지 않아”

기사승인 2024-01-15 06:00:16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부당합병 의혹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지난 2018년 12월부터 이번 달까지 약 5년여. 수사부터 재판까지 긴 시간이 걸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 사건의 1심이 마무리된다. 1심 재판만 106차례 이뤄졌다. 제출된 증거는 2만3000여개, 증인신문은 80명에 달한다. 지난했던 수사와 재판의 쟁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떻게 분석하고 있을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오는 26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이 회장에 대한 1심 선고를 진행한다.

앞서 검찰은 이 회장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저질렀다고 봤다. 이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고 그룹 지배력 강화하기 위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서 삼성물산의 가치를 낮게 평가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회계처리를 왜곡했다는 의혹도 있다.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반면 이 회장 측은 합리적인 경영 행위였다고 반박했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은 경영상 목적이었으며 법리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취지다. 실제로 삼성물산의 영업이익은 합병 이후 늘었으며 부채 또한 감소했다. 이 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주주에게 피해를 입힌다든가 다른 주주를 속인다든가 하는 의도가 결단코 없었던 것만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며 “합병이 두 회사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찰 깃발이 강풍에 휘날리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정식으로 링 위에 오르기 전 치러진 ‘예선’에서는 변호인단이 승기를 잡았다. 지난 2020년 6월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9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검찰에게 이 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권고했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는 의견에서다. 그러나 검찰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 회장 등 삼성 관계자에 대한 기소를 강행했다.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를 따르지 않은 첫 사례였다.

본격적인 재판에서 양측은 팽팽하게 맞섰다. 다만 때로 검찰을 당혹스럽게 하는 일도 발생했다. 심문이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거나, 검찰 조서 내용을 증인이 현장에서 부정했다. 지난 2021년 7월8일 열린 공판에서는 삼성증권 직원 이모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검찰이 ‘레이크사이드컨트리클럽 인수와 달리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관련 현장 실사 자료가 없는 것이 정당하냐’고 묻자 이씨는 “인수 매각은 어떻게 보면 소멸되는 것이고, 합병은 합치는 것이기에 공존하는 것이다. 실사 여부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부장검사들이 나서 재차 질문했지만 답변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날 검찰 측은 “예상과 전혀 다르게 답변해 이후 신문은 오후에 진행하겠다”며 휴정을 요청했다.

이듬해인 지난 2022년 8월11일 열린 공판에서는 또 다른 증인이 검찰 조사 당시 강압적인 분위기 탓에 정확한 진술이 힘들었다고 했다. 해당 증인은 “수사관이 20~30분 소리를 지르는 상황에서 제가 원하는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1년 1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법원은 공판중심주의 구현에 힘을 쏟고 있다. 공판중심주의는 모든 증거자료를 공판에 집중시켜 법정에서 형성된 심증만을 토대로 사안의 실체를 심판한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피고인이 법정에서 배제할 수 있는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기도 했다.

전문가 의견은 어떨까. 이창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춰 신빙성을 판단하느냐는 판사의 재량”이라며 “신문조서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법은 이번 재판에 적용되지 못한다. 검찰에서의 진술도 증거로 인정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판사 재량에 달려있지만 수사 당시 진술과 재판정에서 증언한 내용이 다를 때, 재판정 증언이 채택될 확률이 높은 것이 최근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재판의 쟁점 사항인 삼바 회계처리 왜곡도 입증이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문제가 제기되기 전, 삼바는 이미 국내 ‘빅4’ 회계법인 중 3곳으로부터 회계처리에 대한 적정 의견을 받았다. 기업의 가치 산정은 변수가 많기에 회계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어 시시비비를 가리기도 힘들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교 명예교수는 “회계 왜곡과 관련해 학계에서는 ‘무죄’라고 보고 있다. 검찰의 기소가 조금 무리했다고 보는 목소리도 있다”며 “회계 조작이나 주가를 일부러 억눌렀다는 것들도 뚜렷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본시장법에 따라 합병비율을 계산해 합병을 했기에 위법·불법 사항은 없다”며 “법에 따라 한 것이니 형사처벌할 사항이 아니”라고 했다. 이와 함께 삼성물산의 주가를 고의적으로 낮춘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 “삼성물산의 주식 규모를 생각하면 고의로 낮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두 회사의 합병 이후 분식회계가 이뤄졌다는 주장에도 빈틈이 있다. 전 교수는 “일반적인 시세조종 재판에서 유죄를 다투는 것은 매우 어렵다”면서 “더군다나 이 사건에서 검찰은 합병을 진행한 후 정당화하기 위해 분식을 했다고 이야기하는데 합병이 이미 끝났는데 지시를 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이해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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