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투자 저변확대, 가격은 부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투자 저변확대, 가격은 부담”

“현물 ETF 승인, 기관 투자 확대 기대”
국내 투자자, 해외주식 거래와 동일하게 투자 가능
전문가 “가격적으로 현 시점에서 투자는 의문”

기사승인 2024-01-12 06:00:26
쿠키뉴스DB

가상자산 시장 최대 호재로 여겨졌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현실화로 시장 판도에 대격변이 이뤄질 전망이다. 비트코인 투자 대중화를 앞당기는 만큼, 기관투자자의 대규모 유입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투자업계에서는 비트코인이 새로운 자산군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내다본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레이스케일, 비트와이즈, 해시덱스 등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 SEC의 이번 결정으로 상장을 신청한 비트코인 현물 ETF는 11일(현지시간)부터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를 통해 투자할 수 있게 된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가상자산 관련주들도 급등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 지분을 보유한 우리기술투자는 전 거래일 대비 29.98% 급등한 802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시간 빗썸코리아 지분을 가진 티사이언티픽도 20.35% 오른 1863원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급등세는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과 출시가 기존에 있던 선물 ETF와 달리 시장 판도를 뒤흔들 것으로 추정되는 영향이다. 

비트코인 선물 ETF의 경우 비트코인을 실제 보유하지 않고, 연계된 복잡한 파생상품 계약을 보유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투자 활성화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현물 ETF는 기초자산인 비트코인을 실제로 구입해 가지고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해 비트코인 직접 투자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영국 대형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는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 올해만 최대 (코인시장에) 1000억달러(131조원)가 유입될 것”이라며 “현물 ETF 승인은 기관 투자자의 비트코인 투자를 일반화하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초반 자금 유입은 그레이스케일(Grayscale)의 GBTC나 비트코인 선물 ETF 등 기존 상품에서 이동해 오는 자금과 신규 자금으로 나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우 낙관적인 시나리오로 전 세계 ETF 자금이 중장기적으로 1~3%가 유입된다고 가정하면 약 1000~3000억달러(396조원)달러 규모”라고 봤다. 현재 전 세계 ETF 운용자산(AUM)은 약 10조달러(1경3210조원)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거래를 앞두고 현지 자산운용사들의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통상 ETF는 1위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심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리서치업체 모닝스타 집계 기준으로 대부분의 현지 운용사는 평균 수수료율 수준인 0.54% 수준을 제시했다. 또 한시적인 기간 10~50억 달러의 자산 규모가 확보될 때까지 수수료를 인하하거나, 면제해 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는 비트코인 ETF 거래에도 긍정적일 것이라는 게 투자업계 측 분석이다.

여기에 증권가에서는 비트코인이 전통 금융시장의 틀 안으로 들어온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비트코인에 대한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뿐 아니라 적절한 규제를 통한 투자자 보호도 기대할 수 있어서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현물 ETF는 수탁 문제를 해소하면서 기존 금융 인프라 위에서 투자할 수 있다”며 “시세 조작 우려를 낮추기 위한 노력도 더해지면서 기관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투자 가능한 자산군으로 여기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선물과는 달리 롤오버 비용이 없어서 장기 투자도 가능해질 전망”이라며 “비트코인이 자산배분을 위한 투자 가능한 자산군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기존 해외주식 거래와 동일하게 비트코인 현물 ETF를 투자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를 통해 미국 시장에 상장된 ETF를 거래하는 것처럼 투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상품성으로 봤을 때 투자에 대한 유의는 충분하지만, 가격적으로 현 시점에서 투자를 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도 든다”고 조언했다.

한편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5시22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 같은 시간 대비 0.98% 오른 약 608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1년 새 160% 넘게 올랐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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