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SK케미칼·애경 전 대표 항소심서 유죄

‘가습기살균제’ SK케미칼·애경 전 대표 항소심서 유죄

기사승인 2024-01-11 19:18:40
지난해 서울역 앞에서 열린 전국동시다발 가습기살균제 참사 12주기 캠페인 및 기자회견에 피해자들의 유품이 놓여져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기업의 책임자들에게 항소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5부는 11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74)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65)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각각 금고 4년형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회사 관계자 등 11명에 대해서도 금고 2년∼3년 6개월이 선고됐다.

금고형은 확정될 시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징역형과 달리 강제노역은 하지 않는다.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들은 어떠한 안전성 검사도 하지 않은 채 상품화 결정을 내려 공소사실 기재 업무상 과실이 모두 인정된다”며 “사실상 장기간에 걸쳐 전 국민을 상대로 가습기살균제의 만성 흡입독성 시험이 행해진 사건이다. 불특정 다수가 원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큰 고통을 겪었고 상당수 피해자는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참혹한 피해를 입는 등 존엄성을 침해당했다”고 판시했다.

피해 원인 규명에 국가적·사회적 비용이 소요된 점, 완전한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점, 피해자와 그 가족의 고통이 큰 점 등도 양형 이유로 설명됐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등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판매했다. 해당 제품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혐의로 지난 2019년 7월 기소됐다. 98명이 폐질환이나 천식 등을 앓았고 그 중 12명이 사망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021년 1월 CMIT·MIT가 폐 질환 등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살균제 사용과 폐 질환의 구체적 인과관계의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유공이 지난 1994년 독성 시험을 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을 무시하고 CMIT·MIT가 포함된 제품을 출시했다는 점 등도 지적했다. 지난 2002년 가습기 메이트가 출시될 때도 유공 제품 출시 당시 나왔던 의문을 제기하지 않아 업무상 과실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가습기살균제 사태는 1994년부터 시중에 유통된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들이 폐 손상 등의 피해를 본 사건이다. 지난 2011년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 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지원 대상 피해자는 5691명이다. 이 가운데 사망자는 1262명에 달한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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