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의 폐지를 추진한다. 시장 경쟁을 촉진해 국민들의 휴대폰 구매 비용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다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는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브리핑을 열고 단통법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진행된 생활규제 개혁 관련 민생토론회의 결과물이다.
단통법은 지난 2014년 단말기 유통과 보조금 지급을 투명하게 해 소비자가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제정됐다.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에서 벗어나 서비스 및 요금 경쟁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경쟁이 위축돼 국민들이 저렴하게 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는 등 소비자 후생이 감소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정부는 단통법을 폐지해 지원금 공시와 추가지원금 상한을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시장경쟁을 촉진하고 국민들의 휴대폰 구매비용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요금할인을 받는 소비자 혜택은 지속될 수 있도록 한다. 보조금을 받지 않은 소비자에게도 통신비 절감 혜택을 주는 선택약정 할인제도를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시행 시점에 대해서는 명확히 결론나지 않았다. 단통법 폐지를 위해서는 국회의 법 개정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21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는 5월말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22대 국회로 공이 넘어가게 되면 해를 넘겨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합동브리핑에서 시행 시점 질문에 “국회를 설득하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답했다.
향후 시행되더라도 문제는 있다. 단통법 폐지 이후 명확한 대안은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 상이한 보조금 지급에 따른 소비자 차별 등의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는 것이다. 과거 정부에서 문제로 지적했던 ‘스마트폰을 싸게 사기 위해 추운 새벽 수백미터 줄을 서는 일’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소비자의 휴대폰 구매 가격이 인하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10년 전과 달리 스마트폰 가격은 200만원대를 훌쩍 넘겼다. 또한 이동통신업계가 과거처럼 보조금을 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이후 이동통신사를 변경하는 ‘번호이동’이 많이 사라졌다”며 “이동통신시장이 현재 ‘쿨다운’ 돼서 보조금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고 말했다. 다만 “어느 한 곳이 보조금 전쟁을 일으키면 나머지 이동통신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단통법 폐지를 바라보는 전문가 의견은 나뉘었다. 이성엽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단통법 폐지가 시장경쟁을 촉진할 것이라고 봤다. 이 교수는 “단통법은 정부가 시장에 강력히 개입하는 법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며 “이동통신사의 요금이나 서비스에 큰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경쟁 활성화 측면에서 보조금 지원을 허용하는 게 맞다고 본다. 부당한 차별에 대해서는 사후규제를 해서 보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책 없이 폐지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은 “단통법이 폐지됐을 때 이를 메울 정책적 대안이 마련되지 않았다”이라며 “불법 보조금과 소비자 차별 등 단통법이 시행되게 된 이유가 다시 발생하고 시장이 혼탁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단통법 폐지로 문제가 발생하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가 받게 된다”며 “단통법의 처음 취지처럼 왜 단말기 유통구조가 다변화 되지 못한 것인지에 대해 평가·분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