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근로시간 단축’ 실험 중…“근본부터 개선해야”

기업은 ‘근로시간 단축’ 실험 중…“근본부터 개선해야”

기사승인 2024-01-25 11:00:02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인근에서 시민들이 두터운 외투와 방한용품을 무장한 채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기업들이 근로 시간을 단축하는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주 4일제와 같은 유연근무제 등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재계와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삼성전자, SK그룹, LG그룹 등이 부분적으로 주4일제 또는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22일부터 격주 주4일제를 신설했다. 유연하고 자율적인 근무제를 확대해 직원의 자기계발과 충분한 재충전을 도모한다는 취지에서다. 2주 단위 평균 주 40시간 내의 근로 시간은 유지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또한 직원들이 각자 본인에게 맞는 근무 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유연한 근무 여건 속에서 업무 집중도와 창의성, 생산성이 향상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자율과 책임 중심의 일하는 방식을 정착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일부 직군에서 노사협의에 따라 지난해 6월부터 월중 휴무제를 시행 중이다. 필수 근무시간을 채우면 연차 소진 없이 월급날(21일)이 속한 주 금요일을 쉴 수 있게 했다. 직원들도 적극적으로 해당 제도를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계열사의 한 직원은 “많은 직원이 그날 쉬는 것을 택한다”며 “출근하는 이들이 많지 않아 출퇴근 버스도 축소 운영한다”고 이야기했다.

SK그룹은 지난 2020년부터 SKT를 시작으로 ‘해피프라이데이’라는 명칭의 격주 주4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 등 다른 계열사 역시 월 1~2회 금요일에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는 출근하지 않는다.

LG그룹 및 계열사들도 유연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임직원들은 각 사별로 운영하는 유연근무제도를 이용,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부서장 재량에 따라 주 40시간을 근무하고 사전에 협의하면 근무일을 조정할 수 있어 실질적으로 주 4일 근무도 가능하다.

비영리단체 포데이위크글로벌 홈페이지 캡처. 

주4일제 등 유연근무제는 세계적인 추세다. 비영리단체 포데이위크글로벌(4 Day Week Global)은 세계 각국에서 주 4일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임금을 100% 유지하면서 근무시간을 80% 수준으로 줄이고 생산성을 100% 유지하겠다는 이른바 ‘100:80:100’ 원칙을 따른다.

해당 단체는 실제로 영국에서 지난 2022년 6월부터 12월까지 61개 기업에서 2900명의 근로자가 참여한 주 4일제 근무제를 시범 운영했다. 기업 구조에 따라 금요일 휴무, 시차제, 분산형, 연간제 등 다양한 주4일 근무제가 개발, 적용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61개 참여 기업 중 56개(92%) 기업이 주 4일 근무제를 지속했으며, 18개 기업은 영구적인 정책 변경을 확정했다. 직원들의 번아웃 수준이 감소하고 건강이 개선됐으며, 일에 대한 만족도는 높아지고 퇴사율은 줄었다.

다만 영국의 사례에서 주4일제를 시행했던 기업 중 5곳은 주 5일 근무제로 회귀했다. 국내 기업의 사례도 일부 있다. 교육 전문 기업 에듀윌은 지난해 비상경영을 선언, 부분 주5일제로 돌아갔다. 카카오도 격주 금요일 휴무를 폐지, 마지막 주 금요일만 쉬는 것으로 제도를 축소했다.

전문가들은 주4일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기업의 태도 변화와 정부 지원 등을 강조했다. 이주희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주4일제를 기업들이 선도적으로 하다 보면 노동 규범으로 자리 잡게 돼 법제화가 손쉬워질 수도 있다”면서 “다만 주 4일제가 대기업 정규직에 한정된 혜택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중소기업·특수고용직 등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희 L-ESG 평가연구원장은 주4일제 정착을 위해 기업의 관리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봤다. 김 원장은 “일부 기업에서는 근로 시간 단축 관련 ‘실험’만 하다가 다시 회귀하는 경우가 있다”며 “기존의 방식과는 다르게 기업을 운영해야 한다는 인식을 좀 더 확실히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특정 부서 등에만 도입할 경우, 위화감을 조성하고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 노사 합의를 바탕으로 근무시간과 실제 기업 운영시간 등을 조정하는 등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업 문화의 근본적인 전환도 제안됐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근무시간은 길지만 생산성을 OECD 국가 중 최하위권 수준”이라며 “업무에 몰입해 생산성을 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과 아이슬란드 등에서는 근무 시간 중 사적인 업무를 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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