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설 명절을 맞아 불교계에 보낸 선물 상자 포장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김인권 한국한센복지협회장은 대통령실의 설 선물에 우리 한센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감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올해 설 선물로 전통주, 잣, 유자청, 소고기 육포 등을 각계에 전달했다. 불교계에는 전통주와 육포 대신 아카시아꿀과 표고채를 준비했다. 불교계 배려 차원에서 선물 내용을 바꿨다. 그런데 선물 포장이 논란이 됐다.
이에 30년 한결같이 한센인 곁을 지킨 김인권 여수애양병원 명예원장 겸 한국한센복지협회장은 “윤석열, 김건희 대통령 내외분께 황송할 따름”이라고 2일 말했다.
이번 논란이 된 선물 포장에 대해 김 협회장은 “대통령실의 설 선물에 우리 한센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감사한 마음”이라며 “태어난 순간부터 외면당했던 우리 인생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그저 행복하고 황송할 따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그림 속 십자가로 인해 상처받는 분들이 생긴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라며 “소록도에만 살다보니 소록도 근처 문화재를 그림에 담은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그림이 다른 분들에게는 또 하나의 편견으로 보였다니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에 대한 고마움도 표했다. 김 협회장은 “그림 속의 십자가는 외로움을 채우고 버틸 수 있게 하는 우리에겐 걷기 위한 지팡이였고, 누군가가 내밀어준 간절한 삶의 손길 같은 것”이라며 “대통령실에서 찾아와준 분들 덕분에 우리의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퍼져나가 많은 관심을 받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더이상 소외되고 외면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며 “소록도 주민뿐만 아니라 모든 한센인의 간절한 바람은 우리 그림으로 인해 벌어진 모든 분들의 오해가 풀리고 다툼 없는 행복한 설날을 맞이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대통령 내외분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깊은 관심과 배려심 호남지역 방문 지역화합, 지역특산물 홍보, 지역경제활성화 등 이런점들이 더 깊은 가치”라며 “대통령께서는 유기견 입양부터 대통령실의 장애인이 그린 그림까지 걸어놓은것을 보면 알겠지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심이 많으신 분"이라고 말했다. 또 "이같은 철학 가치를 널리 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불교계에 보낸 선물 상자 포장에 십자가와 교회, 성당 등의 그림이 포함돼 불교계의 반발에 대통령실은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과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이 1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을 직접 찾아 사과했다.
이에 진우 스님은 “빨리 오셔서 직접 말씀해주시니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의도적인 게 아니기 때문에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조처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실은 불교계 앞으로 보낸 선물을 모두 회수하고 새로 포장해 다시 보내기로 했다. 이미 선물을 받은 인사들에게는 별도로 사과의 뜻을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조진수 기자 rokmc43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