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영화로 아카데미 노미네이트까지 이뤄낸 셀린 송 감독이 국내 취재진과 6일 화상으로 만났다. 셀린 송 감독이 연출한 ‘패스트 라이브즈’는 미국 독립영화·드라마 시상식인 고섬어워즈 작품상, 전미비평가협회 작품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오는 3월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상(오스카상)에도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로 올랐다. 셀린 송 감독은 국내 개봉을 앞두고 “태어나고 12세까지 살던 한국에서 ‘패스트 라이브즈’를 선보여 기쁘다”며 소감을 전했다.
“오스카 行, 믿기 힘든 영광… K콘텐츠가 길 열어준 덕”
셀린 송 감독은 12살에 캐나다로 이민 간 한국계 캐나다인이다. 오프브로드웨이에서 극작가로 활동하던 그는 영화감독으로 방향을 틀어 첫 작품인 ‘패스트 라이브즈’의 각본과 연출을 모두 도맡았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며 크게 주목받고 있다. 오스카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이름 올리며 더욱 화제를 모았다. “데뷔작이 이런 결과를 얻어 감동이고 놀랍다”고 운을 뗀 그는 “믿기 어려운 영광”이라며 감격해했다. 셀린 송 감독은 ‘넘버3’ 등을 연출한 송능한 감독의 딸로 알려졌다. 셀린 송 감독은 “아버지를 비롯해 온 가족이 자랑스러워한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패스트 라이브즈’가 전 세계서 인기인 배경에 ‘기생충’이 있다고 봤다. 감독은 “‘기생충’의 성공 덕에 모두가 자막에 익숙해진 덕”이라면서 “‘기생충’을 비롯해 K드라마, K팝이 열어준 길 덕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 재밌는 건 다 잘 된다”며 미소 지었다.
한국인은 알지만 세상 대부분은 모르는 ‘인연’
‘패스트 라이브즈’는 인연을 주제로 이야기를 뻗어간다. 어린 시절을 함께한 친구와 뉴욕에서 만난 셀린 송 감독은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미국인 남편과 한국인 친구 사이에서 “통역을 넘어 역사와 이야기를 해석”한다고 느꼈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한 곳에 존재하는 기분”에는 그의 친구들도 여럿 공감을 표했다. ‘패스트 라이브즈’가 태동한 건 이때부터다. 이를 아우르는 열쇳말이 바로 인연이다. “한국인은 다 알지만 이 세상 대부분은 모르는 개념”이라고 말을 잇던 셀린 송 감독은 “세계인들이 인연이라는 단어는 몰라도 영화를 통해 이를 느끼고 이해했다”며 뿌듯해했다.
“우리는 모두 이방인” 셀린 송 감독의 인생지론
최근 이민자를 비롯해 이방인 소재 작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오스카를 수놓은 ‘에브리싱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부터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과 ‘패스트 라이브즈’ 모두 이민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콘텐츠였다. 셀린 송 감독은 “우리 모두 스스로를 이방인이라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서 “옛날 서부극이나 갱스터 영화의 주인공 모두 이방인”이라고 했다. 감독은 또 “우리 모두는 두고 온 삶이 있다”면서 “‘패스트 라이브즈’는 태평양을 건넌 이민자 이야기지만 한국 내에서도 한국과 부산 사이에 두고 온 삶을 가진 이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다중우주를 넘나드는 판타지 영화 속 영웅은 아니지만 평범한 인생에도 여러 시간관이 흐른다. 신기한 순간과 특별한 인연은 누구에게 있다”면서 “보통의 사람들이 비범한 순간을 경험하는 게 인생”이라고 강조했다.
“‘패스트 라이브즈’, 서울을 서울답게 담았죠”
‘패스트 라이브즈’는 상당 부분을 서울에서 촬영했다. 셀린 송 감독은 “그곳에 사는 사람의 마음”으로 서울과 미국 뉴욕을 영화 속에 담았다. 감독은 “프랑스 파리에 사는 사람에게 당신의 파리는 무엇이냐 물으면 에펠탑이 아닌 평소 가는 카페와 레스토랑을 이야기한다. 뉴욕에 사는 사람으로서 나 역시도 그렇다”면서 “한국인 역시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감독은 국내 로케이션팀에게 의지하며 한국인이 느끼는 한국을 찾아 나섰다. 그는 “남산타워가 아닌 진짜 한국을 찾기 위해 촬영에 용이한 장소보다 로케이션팀이 평소 즐겨 찾는 곳을 추천받았다”면서 “국내팀들은 걱정했지만 막상 가보면 완벽했다. 덕분에 서울을 서울답게 담아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는 3월6일 국내 개봉.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