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한 패배였다. 모든 면에서 요르단에 밀렸다. 90분 경기 내내 단 한 번의 유효 슈팅도 기록하지 못한 한국은 조별리그 리턴 매치로 치른 요르단과 4강전에서 완패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7일 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킥오프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요르단에 0-2로 패하며 탈락했다.
총체적 난국이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수비였다. 한국은 이번 대회 6경기에서 10골을 내주는 최악의 경기력으로 질타를 받았다.
2015년 호주 대회(준우승)와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8강) 등 최근 두 번의 아시안컵을 모두 합쳐도 단 4골만 내줬던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준결승까지 치르는 동안 2.5배에 달하는 실점을 기록하며 무너졌다.
아울러 클린스만호가 지난해 9월 웨일스와 평가전부터 이어온 무패 행진도 12경기(8승4무)에서 끝났다. 요르단과 상대 전적에서 3승3무를 기록 중이었던 한국은 이날 사상 첫 패배라는 불명예도 함께 짊어졌다. 대한민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23위, 요르단은 87위로 한국이 64계단 높다.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한국은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도 멈췄다. 한국은 1956년 제1회 대회와 1960년 2회 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한 이후 한 번도 아시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짧은 시간 동안 “죄송하다”는 말을 다섯 차례 반복했다.
경기 소감을 묻는 질문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던 손흥민은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고 운을 뗀 뒤 “너무 죄송하고 선수들은 모두 그 와중에 최선을 다했는데 저희들 실수로 경기가 이렇게 마무리 돼서 너무 아쉽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어 팬들에게 “너무 감사드리고 너무 죄송하다. 늦은 시간까지 정말 말도 안 되는 성원을 보내주셨는데 저희가 기대했던 것보다 좋은 모습 못 보여 드려 너무나 죄송하다”고 연신 사과했다. 손흥민은 “축구 선수로서 발전된 모습 보여드리고, 국가대표팀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정말 죄송하다”고 말한 뒤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한편 한국은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뮌헨), 황희찬(울버햄튼) 등 유럽 빅리거들이 주축이 된 최강 진용을 갖추면서 역대 최강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4강에서 대회 일정을 모두 마치게 됐다.
반면 인상적인 경기력으로 사상 첫 결승 진출을 일궈낸 요르단은 개최국 카타르와 일본을 꺾고 올라온 이란이 격돌하는 반대편 4강전 경기 승자와 우승 트로피를 놓고 최후의 일전을 치른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