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설 명절 민심 변화에 적잖은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의혹’에 따른 부정 여론을 의식 중이고, 더불어민주당은 탈당 인사들이 만든 신당 여파와 최근 감지되기 시작한 친문-친명 간 갈등 양상 설날 밥상에 화두로 오를까 다소 우려스러워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KBS ‘신년대담’을 통해 김 여사 명품백 의혹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그는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게 문제다”라며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누구한테도 박절하게 대하기 어렵다. 시계에 몰래카메라를 들고 와서 이런 것을 했기 때문에 공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을 두고 민정수석실과 감찰관 제2부속실 얘기를 하고 있다. 제2부속실은 검토중”이라며 “이런 일을 예방하는 데 별로 도움 안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대통령이 직접 신년 대담을 통해 설명할 정도 국민적 관심이 큰 김 여사의 명품백 의혹은 여당에게는 상당히 불리한 이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해당 사건을 과반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문화일보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지난 4~5일 전국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적절한 대응 방안을 묻자 ‘김 여사의 직접 사과’ 40%, ‘윤석열 대통령 설명’ 31%, ‘몰래카메라 공작으로 해명·사과가 필요 없다’ 19%로 집계됐다. 잘모름과 무응답은 10%로 나타났다.
김 여사의 직접 사과와 윤 대통령의 설명을 요구하는 응답이 71%로 반수가 넘는다. 특히 해당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 역시 긍정 34%, 부정 60%로 여전히 30%대 박스권에 갇혀있는 상태다.
또 개혁신당의 존재 자체도 의식 거리다. 개혁신당 소속 황영헌 정책위부의장이 대구 북구을 예비후보 등록하는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만큼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지난 3일 대구 칠성시장 상인간담회 후 “대구 시민이 진보와 보수가 아닌 ‘개혁이냐 정체냐’라는 대결구도를 서서히 인식하고 있다”며 “보수정당이 대구를 기 받는 곳으로 인식하는 행태는 근절해야 한다. 대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낙연 신당의 호남 민심 흔들기를 경계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정치적 텃밭인 광주를 찾아 민심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다만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킨 문재인 정부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계파 갈등 조짐이 감지되는 점은 불안 요소다. 임현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공관위원장)은 1차 경선지역 후보지를 발표하면서 “본의 아니게 윤석열 검찰 정권 탄생의 원인을 제공한 분들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말했다.
이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선 패배와 윤석열 정권의 탄생 책임은 문재인 정부에 있지 않다”며 “문재인 정부 3년 차에 치러진 총선은 민주당의 기록적인 압승을 거뒀다. 대선 직전 국정수행 지지율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높았다”고 받아쳤다.
전문가는 설 민심에 영향을 주는 정치적 사건으로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의혹’과 ‘개혁신당 대구·경북 공략’, ‘이낙연 신당 호남 민심’ 등을 꼽았다. 양당 모두 악재가 겹쳤지만 국민의힘이 더 불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현철 정치평론가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설 명절인 구정은 여론이 움직이는 시기다. 윤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구정 밥상에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며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의혹은 국정에 블랙홀이 됐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개혁신당이 대구·경북에 공을 들이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거슬릴 수밖에 없다”며 “대구에 후보를 내거나 이준석 대표가 출마하는 등의 것이 영향을 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민주당도 새로운미래가 호남 민심을 흔드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광주에 방문한 게 그 반증”이라며 “정부 심판론과 반윤연대를 꺼낸 새로운미래의 정당성을 두고 의견이 엇갈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제 문제로 여당이 설 민심에 불리하다. 차례상을 마련하는 주부 경제가 힘들었던 탓”이라며 “윤 대통령의 ‘김 여사 명품 가방 의혹’ 해명이 정쟁으로 커진 것도 영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