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전문가와 축구 팬들이 이구동성으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긍정적인 면을 본 사람이 있다. 바로 위르겐 클린스만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에 도착한 직후 “우승 목표를 이루지 못했지만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면서 “월드컵 예선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을 비롯한 한국 선수단은 8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주장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프턴) 등 유럽파 선수들은 카타르에서 각 소속팀으로 복귀했고, 조현우⋅김영권⋅설영우⋅황인범 등 선수 13명과 클린스만 감독 등 코치진은 한국으로 돌아왔다.
대한민국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64년 만의 우승에 도전했으나 요르단에 충격적인 완패를 당하며 체면을 구긴 바 있다.
마침 이날은 설 연휴에 돌입한 첫 날이기도 해서 공항에는 축구 팬들은 물론 많은 여행객이 오갔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들어오는 입국장 주변엔 300명 이상 인파가 몰렸다. 이들 중 일부는 클린스만 감독이 모습을 드러내자 “이게 축구냐”, “집에 가”라고 소리쳤다. 작은 엿이 몇 개 날아들기도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저도 여러분만큼 아시안컵 우승을 너무 하고 싶었지만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면서도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기에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을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대표팀을 계속 이끌겠다는 뜻이다.
대표팀은 지난 7일 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0-2로 패하며 탈락했다. 결과보다 훨씬 더 충격적인 것은 경기 내용이었다.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요르단에 90분을 통틀어 유효 슈팅을 단 한 개도 해보지 못하고 졸전 끝에 완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우리나라는 손흥민을 필두로 이강인⋅김민재⋅황희찬 등 유럽 빅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로 진용을 갖추면서 역대 최고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반면 요르단은 대부분의 선수가 자국 리그에 소속돼 있었다.
‘월드 클래스’ 선수들의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것 외에 특별한 대책이나 준비 없이 대회에 임했다는 지적을 받은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 아시안컵 내내 별다른 전술적인 측면을 보여주지 못했다. 경기가 답답한 양상으로 흘러갈 때도 교체 카드를 통해 반전을 모색한다든가 하는 움직임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매 경기 대동소이한 포메이션과 선수들을 고집하면서 상대에게 전략을 간파당했다.
특히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패한적 없던 요르단에게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이후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축구계는 물론 사회 여러 분야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사퇴 요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이 사실상 사퇴 요구를 거부한 가운데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3월 A매치 기간에 돌입한다. 아울러 이 기간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경기가 펼쳐진다.
지난해 11월 싱가포르(5-0), 중국(3-0)과의 2연전에서 연승을 거둬 C조 선두(승점 6)에 오른 우리나라는 3월 21일 태국과 홈 경기를 치른 뒤 26일엔 태국 원정 경기에 나설 예정이다. 대표팀 소집은 3월18일이 유력하다.
“위약금을 주고라도 클린스만 감독을 해임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는 대한축구협회는 설 연휴 이후 전력강화위원회를 개최해 아시안컵을 돌아보고 국가대표팀 운영 전반에 대해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시기와 방식, 클린스만 감독의 참석 여부 등은 추후 발표한다.
한편 클린스만 감독은 다음주쯤 거주지인 미국으로 돌아간 이후 유럽으로 넘어가 해외파 선수들을 점검하겠다는 일정을 밝혔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