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취업’보단 ‘적성’, 재입시 준비하는 청년들 [쿠키청년기자단]

결국 ‘취업’보단 ‘적성’, 재입시 준비하는 청년들 [쿠키청년기자단]

기사승인 2024-02-11 15:00:01
재입시를 위해 대학을 휴학하고 공부하는 청년의 모습. 사진=이은서 쿠키청년기자

취업을 위해 학과를 선택한 학생들이 다시 대학 입시에 도전하고 있다.

평소 시 짓기를 좋아하던 이혜선(24·여)씨는 2020년에 희망하던 문예창작과 대신 국어교육과에 갔다. 대학 졸업 후 교사를 할 수 있는 게 장점으로 여겨졌다. 취업을 생각해야 한다는 주변 사람의 말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전공 공부는 적성에 안 맞았다. 직접 글을 쓰는 것과 국어교육학은 다른 분야였다. 등록금이 아까워진 그는 반년 만에 휴학계를 냈다. 한 번의 실패에도 취업은 여전히 이씨를 옭아맸다. 그는 전망 있어 보이는 직업을 찾아 나섰다. 해군 부사관, 헬스 트레이너, 편의점 창업을 준비했지만, 번번이 그만뒀다. 흥미가 없는 일은 오래 하기 어려웠다.

이씨는 지난달 29일에 문예창작과를 목표로 입시 준비를 시작했다. 원하는 걸 하고 싶었다. 진로를 찾아 헤맸지만, 아무것도 이룬 게 없어 허탈했다. 그는 “처음부터 좋아하는 걸 했으면 시간 낭비가 없었을 거 같다”고 말했다.

재입시가 길어지면 우울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충민(24)씨는 2021년에 재수로 한 대학의 사진영상학과에 진학했다. 원하던 전공은 아니었다. 중학생 때부터 의류나 디자인 관련 공부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학과 전망이 이씨를 고민스럽게 했다. 결국 취업률이 높은 사진영상 분야를 선택했다.

대학에 가자 아쉬움이 커졌다. 그는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해 학과를 정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진짜 원하는 걸 못 한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결국 대학교 2학년 때 휴학을 결정했다.

이씨는 22세의 나이로 다시 입시에 뛰어들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오래된 그에게 수능 준비는 쉽지 않았다. 교육과정 변화로 시험 범위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모의고사에서 낯선 문제를 발견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22세, 23세에 수능을 치렀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24세인 올해에도 시험 준비를 할 계획이다. 자연스레 부모와 마찰이 잦아졌다. 우울증과 강박 증세가 나타났다.

그는 “한번 시기를 놓치니 시험 준비가 벅차다”며 “정보가 충분한 현역 때였으면 상황이 더 나았을 거 같다”고 말했다.

취업을 기준으로 한 전공 선택은 후회로 이어지기 쉽다. 2018년 KDI 대학 신입생 설문조사에 따르면 취업 전망을 고려해 분야를 선택한 학생 중 26%가 후회한다고 밝혔다. 반면 적성을 생각해 학과를 고른 학생은 14.8%만 후회한다고 답했다.

학과 선택은 개인의 만족과 행복을 위해 중요하다. 그러나 취업 위주의 경쟁이 흥미를 기반으로 한 선택을 어렵게 하고 있다. 논문 ‘대학생 전공 선택 동기 유형에 따른 진로 준비 행동의 차이(2022)’는 “우리나라 교육 특성상 학생이 적성, 특성, 흥미를 고려해 학과를 선택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한 “전공 불만족이 휴학과 재입학 등으로 이어져 시간적, 경제적, 심리적 손실을 일으킨다”고 봤다.

실제로 학령인구 급감에도 대학 입시에 2회 이상 도전하는 N수생 비율은 늘고 있다. 입시업계에 따르면 2024년 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이 아닌 수능 지원자 비율은 35.3%로 28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이은서 쿠키청년기자 euntto0123@naver.com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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