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 경계 위 모순적 인간…‘살인자ㅇ난감’이 묻는다

선악 경계 위 모순적 인간…‘살인자ㅇ난감’이 묻는다

기사승인 2024-02-14 17:13:58
‘살인자ㅇ난감’ 스틸. 넷플릭스

늙은 전직 형사가 겁에 질린 청년에게 묻는다. “너는 나랑 다르냐? 다르다고 생각해? 확신 있어?” 두 사람은 ‘죽어 마땅한 사람’을 골라 죽여온 살인마. 스스로 악인을 단죄하는 ‘히어로’(영웅)라 생각했으나 곧 그 믿음이 깨질 참이다. 이런 두 사람을 추격하는 형사도 무결하진 않다. 그의 집요한 추적은 사적인 원한에 뿌리를 뒀다. 때론 복수심이 사명을 앞지르기도 한다.

영웅과 악당의 경계에 선 모순적 인간들을 그린 넷플릭스 드라마 ‘살인자ㅇ난감’이 흥행 신호에 파란불을 켰다. 지난 9일 공개 이후 3일 만에 비영어권 넷플릭스 TV드라마 시청량 2위에 올랐다. 미국 비평가들이 매기는 로튼토마토 ‘토마토 지수’는 이례적으로 100%가 나왔다.

주인공 이탕(최우식)은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취객과 몸싸움 끝에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며 인생이 뒤바뀐다. 그가 죽인 사람은 과거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범죄자. 이후로도 비슷한 일이 되풀이된다. 돈을 요구하는 목격자를 죽였더니 피해자가 부모를 죽인 살인자였다. 밤거리에서 시비가 붙어 죽인 학생들에겐 또래 학생을 성폭행한 과거가 있었다.

우연일까, 운명일까. 드라마를 연출한 이창희 감독은 이 질문에서 이탕의 모순이 시작된다고 봤다. “악인을 감별하는 능력인지, 단순히 우연이 겹친 결과인지를 끝까지 질문하는 캐릭터가 이탕이에요. 그런 질문을 안은 채 범죄를 처단하는 데서 그의 모순이 벌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14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 감독은 이렇게 설명했다.

이창희 감독. 넷플릭스

‘모순’은 ‘살인자ㅇ난감’의 주요 인물들을 관통하는 열쇳말이다. 이탕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믿어 그의 살인을 돕는 노빈(김요한)이나 악인을 직접 죽이는 전직 형사 송촌(이희준), 이들을 추격하는 형사 장난감(손석구) 모두 정의를 실현하겠다며 불의를 저지른다는 점에서 모순적이다. 이 감독은 “원작에서 모순이란 키워드를 가져와 아이러니한 영상으로 구성하려 했다”고 귀띔했다. 이탕이 살인하는 장면이 밝고 쨍한 화면으로 표현하거나 슬프고 벅찬 현악 연주를 넣는 연출이 그 예시다.

작품은 이탕 등 등장인물의 정의관을 대변하거나 이들의 불의를 변호하지 않는다. 대신 ‘확신이 있느냐’는 송촌의 말을 통해 ‘살인으로써 정의를 구현한다’는 믿음의 허상을 벗겨낸다. 법망 밖에서 악인을 단죄하며 정의를 고민하는 디즈니+ ‘비질란테’ 등과는 다르다. 작품 공개 후 시청자들 사이에선 이탕을 ‘다크 히어로’로 보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이탕이 신분을 속이고 평범하게 사는 원작 결말과 달리 드라마에선 그가 살인을 다시 시작해서다. 이 감독은 “다크 히어로를 떠올리며 작품을 기획하진 않았다”면서도 “시청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고자 원작과 다른 결말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불법 촬영 피해자 에피소드에 촬영물을 재현한 장면을 넣고 여성 단역 배우의 신체 노출이 담긴 점 등엔 비판이 나온다. 이 감독은 리얼리티를 위한 연출이었다고 했으나 우회해서 표현하거나 생략해도 무방한 장면으로 보인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노출 장면을 연기한 여성 배우들이 온라인상 성적 괴롭힘에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아쉽다. 극 중 죄수로 등장한 형정국(승의열) 회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닮았다는 주장도 나왔으나 이 감독은 “끼워 맞추기식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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