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발전 및 부작용 해소를 위한 다양한 정책이 추진된다. AI 활용을 독려하기 위한 규제 완화와 함께 개인정보보호 등을 아우르는 정책이 올해부터 시행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는 15일 올해 주요 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국민 삶이 풍요롭고 개인정보가 안전한 AI 시대’를 비전으로 삼았다. △신뢰받는 AI로 국민 삶의 질 제고 △일상이 안전한 개인정보 안심사회 실현 △글로벌 규범을 선도하는 개인정보 생태계 조성 등을 3대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비전과 정책방향에 따라 6대 핵심 과제를 추진한다. 첫 번째 과제는 ‘신뢰할 수 있는 AI 성장 여건 조성’이다. 기업이 AI 기술·서비스 개발을 주저하지 않도록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면서 위험 수준에 상응하는 개인정보 보호 장치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AI 관련 법과 규제과 온전히 마련되지 않아 기업은 AI 개발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인정보위는 데이터 처리방식이 복잡한 AI 환경에서 개인정보 보호법 적용 원칙과 기준을 구체화한 AI 단계별 6대 가이드라인 마련을 추진한다. 기획 및 데이터 수집 단계부터 학습단계, AI 서비스 단계 등에서 각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다. SNS 게시글 등의 적법한 처리 기준과 실시간 원격 얼굴인식기술 제한기준 등을 마련한다.
사전적정성 검토제도 시행된다. 스타트업 등이 AI 모델이나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개인정보위와 함께 개인정보 법령 준수방안을 마련하는 제도다. 사업자가 이를 이행한 경우 행정처분을 면제한다.
개인정보 안전조치를 전제로 영상정보 원본 활용을 허용하는 규제 샌드박스와 유연한 개인정보 처리가 가능한 ‘개인정보 안심구역’ 등도 운영된다. 이를 통해 드론과 자율주행차 등 모빌리티 전 분야의 발전을 꾀한다.
기업뿐만이 아니다. 개인이 ‘AI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도록 보호책이 강구된다. AI에 기반한 채용과 복지수급자 선정 등에서 개인의 대응권을 보장한다. 개인정보주체인 개인은 AI 등의 결정에 의한 설명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이를 거부하고 사람에 의해 다시 판단 받을 수 있다.
‘국민이 체감하는 마이데이터 확산 기반 마련’도 과제로 제시됐다. 마이데이터는 정보 주체가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개인정보를 이동시켜 활용하는 서비스다. 이를 위한 제도적·기술적 인프라 구축이 진행된다. 의료와 통신 등을 중심으로 기업들이 마이데이터를 활용,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선도 서비스를 발굴·검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예를 들어 마이데이터를 기업이 활용, 최적의 통신요금 추천 서비스나 건강관리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다.
마이데이터 전송요구권 행사를 위한 세부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며 데이터 형식과 전송규격 등의 표준화도 추진된다. 또한 국민이 보다 쉽게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마이데이터 지원 포털’도 구축한다.
또 다른 과제로는 ‘일상이 안전한 개인정보 보호체계 구축’이 이야기됐다.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고 새롭게 등장하는 개인정보 침해 유형에 대응할 수 있는 보호 체계를 마련한다. 국민 밀착 3대 분야(교육·학습, 식음료 주문, 정보·방송·통신)와 신산업 3대 분야(스마트카, 인공지능, 슈퍼앱)에 대해서는 선제적 실태 점검이 실시된다. 이와 함께 △온라인 플랫폼 민관협력 자율규제 2.0 추진 △새로운 침해 요인 분석을 위한 중장기 조사 로드맵 수립 △공공기관 보호수준 평가제 도입 등도 진행된다.
‘디지털 시대 정보주체 권익 강화’도 6대 과제 중 하나다. 개인정보 처리방침 평가제를 실시, 개인정보 처리의 투명성을 제고한다. 평가제를 통해 처리방침의 적정성을 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개선을 권고할 수 있다. 맞춤형 광고에 활용되는 ‘온라인 행태정보의 보호를 위한 정책방안’도 발표된다.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위한 법제 정비와 디지털 잊힐 권리 지원 사업 확대도 함께 이뤄진다. 디지털 잊힐 권리 지원 사업 대상 연령은 기존 24세 이하에서 29세 이하로 확대된다.
‘데이터 경제를 지원하는 개인정보 생태계 조성·확산’ 목표 달성을 위한 과제들도 있다. 영상정보의 합리적 활용 기준과 안전장치 마련을 위해 ‘개인영상정보법(가칭)’ 제정이 추진된다. 가명정보 활용 전 과정에 대한 ‘온라인 원스톱 지원플랫폼’도 운영된다. 개인정보보호 강화기술 개발과 개인정보 기술표준 개발도 지원된다. 개인정보 보호 책임자(CPO)가 독립성을 갖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전문 CPO 제도’도 도입한다. 5개 대학에서 개인정보 학사 전공을 본격 운영, 석·박사 전공 개설도 추진한다.
마지막 과제는 ‘글로벌 개인정보 규범 형성 선도’다. 국제 규범과 국내 규율체계가 같은 방향성을 갖고 상호 연계 운영이 가능하도록 개인정보 분야 국제 규범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개인정보위는 UN AI 자문기구와 국제 개인정보 감독기구 협의체인 GPA AI 작업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AI 프라이버시 국제 컨퍼런스 및 오는 2025년 GPA 총회 등을 개최해 국제규범 논의를 선도한다.
고학수 개인정보위 위원장은 “학습데이터가 인공지능의 성능을 좌우하며 데이터의 핵심은 개인정보이므로 그 어느 때보다 개인정보위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라며 “올해는 AI 환경에 적합한 개인정보 활용 여건을 조성하고 동시에 리스크에 상응하는 적절한 안전장치도 마련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AI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