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날리면’ 보도로 외교문제 비화” MBC 때린 방심위

“‘바이든-날리면’ 보도로 외교문제 비화” MBC 때린 방심위

기사승인 2024-02-20 12:53:13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방심위

“언론이 비속어에 대해 보도했기 때문에 외교적인 문제로 비화한 것 아니냐”(황성욱 위원)
“공식 외교석상도 아닌 곳에서 지극히 사적인 내용”(류희림 위원장)

방송통심심의위원회 방송심위소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발언을 처음 보도한 MBC 보도국 관계자를 질타하며 한 말이다. 방심위 방송소위는 20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연 정기회의에서 MBC 등 9개 언론사를 불러 보도 경위 등을 따져 물었다.

방심위 방송소위는 윤 대통령의 지난해 9월 미국 방문 당시 발언에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란 자막을 단 MBC 뉴스데스크 등 보도가 ‘방송은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뤄야 하며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해 시청자를 혼동케 해서는 안 된다’는 방송심의규정 제14조를 위반했다고 본다.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은’이라고 말한 것이며 미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를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위원들은 MBC가 문제의 자막을 단 경위와 보도 적절성 등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류 위원장은 윤 대통령 발언이 “공식 외교석상도 아니고 지극히 사적인 대화”라며 보도가 적절했는지 꼬집었고, 황 위원도 “비속어로 인해 외교 파문이 발생해 보도한 게 아니라, 비속어에 대해 언론이 보도했기에 외교적인 문제로 비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범수 MBC 취재센터장은 “당시 발언이 나온 경위를 보면,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48초 동안 환담을 마친 윤 대통령이 단상에서 내려와 이동하고 있었다”며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영상기자단이 모두 취재한다. (윤 대통령 발언이) 이전 행사와 관련한 발언이라고 대다수 언론사가 해석했다. 공적인 발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불거진 ‘바이든-날리면’ 발언 논란. MBC 뉴스데스크 캡처

‘언론 보도가 외교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엔 “왜 보도에 책임을 돌리는지 모르겠다. 발언 당사자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며 “뉴욕 순방기자단이 (‘바이든-날리면’ 발언을) 자체적으로 발견해 집단적으로 검증했고, 각 언론사 데스크들이 또 한 번 검증했다. 언론사들이 엠바고(보도 유예) 해제 전에 대통령실에 확인을 요청했으나 구체적인 해명 없이 16시간 동안 방치했다”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이정옥 위원이 ‘박진 외교부 장관 해명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냐’고 물어 공방이 10분 넘게 벌어지거나 “‘바이든’의 비읍(ㅂ)은 입술이 부딪혀야 나오는 소리고 ‘날리면’의 니은(ㄴ)은 혀가 입천장에 닿고 입술이 닿지 않는 소리”라고 설명하는 촌극도 빚어졌다. 이 위원은 “보통 정확하게 들리는 말에는 자막을 달지 않는데, 왜 자막을 붙였냐”고도 물었다.

박 센터장은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보도는 MBC만의 단독·특종 보도가 아니었다. 대다수 언론사가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으로 보도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MBC에만 소송을 내고 (논란이) MBC 보도 때문인 듯 주장한다. 대다수 언론사의 자체판단 능력을 무시하고 비속어 발언 잘못을 덮으려 MBC를 희생양으로 삼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이는 언론자유를 억압하는 행태”라고 말했다.

앞서 방심위는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1심 소송에서 승소하자 관련 보도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이날 MBC를 비롯해 KBS, SBS, TV조선, JTBC, 채널A, MBN, YTN, OBS, TBS 등 9개 방송사 관계자가 의견 진술을 한다. 방심위는 의견진술 절차를 마친 후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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