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의 불법 주정차 해소를 위한 차고지 확충 계획이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9월 기준, 국내에 등록된 영업용 화물차는 총 52만5303대다. 현재 운영 중인 화물차 공영차고지는 39곳, 주차 면수는 9665대에 불과하다.
현재 서울시청 관할 공영주차장 화물 주차구획은 총 19개소, 818구획이다. 직영 종묘, 훈련원공원의 해당 구획만큼만 반기별로 화물정기권을 별도로 판매하고 있는데, 정기권 등록된 차량은 종묘, 훈련원공원, 청계8로 3개소에 그친다. 국토부는 41개소의 차고지를 건설해 1만대 안팎의 주차 면수를 확충 예정이다.
문제는 주차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존에 운영되던 차고지마저 개발돼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자체에서도 화물차용 대형 주차장이 개발 부지로 쓰이거나 전기차 보급 확대로 충전 시설이 곳곳에 들어서면서 부지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은 이미 포화상태거나, 잘 운영되던 곳도 다른 용도로 개발돼 사라지는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차고지 건설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차고지 확충 계획에 대한 화물차주들의 생각은 어떨까.
화물차주들은 차고지 건설 계획에 앞서 장거리 운행 업무를 줄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거리 운전으로 인해 밤샘 불법 주정차가 이어진다는 이유에서다.화물차주 김성민(가명) 씨는 “교통이 발달하면서 새벽 배송이 늘었다. 익산에서 서울, 부산에서 서울 등 장거리 운행을 하는 영업용 화물차들은 새벽 시간에 물건을 내리기 위해 밤샘 주차를 할 수밖에 없다”며 “주차 공간은 부족한데, 새벽에 짐을 풀어야하는 영업용 화물차가 늘어 불법 주정차가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밤샘 불법 주정차 단속에 걸릴 것을 알면서도 주차 공간이 마땅치 않아 과태료를 부담하고 있다. 생계를 위해 장거리 운전을 포기할 수 없어 일주일 중 4일 이상 차 안에서 잔다”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로부터 받은 '졸음운전 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사망자 가운데 사고 원인 차종이 화물차인 경우는 134명(68%)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승용차 51명(26%), 승합차 10명(5%)이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