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가 내달 3일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열고, 전체 회원 대상 단체행동 찬반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수련병원 전공의들에 이어 개원의들까지 집단행동에 나서면 의료공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22일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추진에 대응해 연 언론 브리핑에서 의사를 ‘매 맞는 아내’로, 환자를 ‘자식’으로, 정부를 ‘폭력적 남편’으로 묘사해 비판했다.
주 위원장은 “매 맞는 아내가 자식 때문에 가출 못 할 거라고, 자식을 볼모로 폭력 행사하는 남편과 정부가 무엇이 다르냐”라며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해서 이 사태를 벌인 것은 의사가 아니라 정부다. 아무리 몰아붙여도 의사들은 환자 곁을 떠날 수 없을 것이라는 정부의 오만이 이 사태를 만든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와 전체 회원 투표 등 의협 차원의 집단행동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한가한 때가 아닌 것 같아 3월10일 하기로 했던 전국의사 총궐기 대회를 3월3일에 하는 것으로 변경했다”며 “단체행동을 위한 전체 회원 대상 전자투표도 준비 중이며, 오는 25일 대표자회의 이후 각 지역별로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전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방침은 근거가 없으며, 증원 규모를 두고 의협과 수차례 논의했다는 정부의 설명은 ‘거짓’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주 위원장은 “필수의료과 전문의 숫자는 절대 적지 않다”며 “이들이 포기하는 것은 법적 문제, 고된 노동에도 불구하고 수가를 적정하게 받지 못하는 것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전공의 사직과 의대생 동맹휴학을 두고선 “집단행동을 한 적이 없다”며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에 실망해 자유 의지로 자신의 미래를 포기한 것이 어떻게 집단행동이 되고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비상대책기구를 만들어 의협과 협의하겠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제안에는 “의대 정원은 정책적 판단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 이슈화하면 안 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만 “왜 온갖 비난을 무릅쓰고 전문의들이 병원 떠날 수밖에 없는지를 진솔하게 듣겠다면 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보건의료 위기단계를 최상 단계인 ‘심각’으로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복지부는 위기평가위원회를 열고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기존 ‘경계’에서 최상인 ‘심각’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했다. 위기 단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 순으로 나뉜다. 위기단계 격상 여부는 오는 23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최종 결정·발표될 예정이다.
한 총리는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현재 의대 정원은 30년 전인 1994년보다도 적고, 국민 여론은 증원을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며 “의료계의 의견을 충분히 듣지만 의료계가 의대 정원 확대를 거부할 권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