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아카데미시상식에서 80년 만에 최연소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가디언과 AP통신 등 유력 외신이 ‘또래 세대를 대표하는 배우’로 뽑고, 패션지 GQ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옷 잘 입는 남자’ 50인에 든 사람. 심지어 바다 건너 한국에서까지 “지구 1등”(가수 박진영)으로 불리는 이 남자. 달리 누가 있겠는가. 배우 티모시 샬라메 얘기다. 지난해 12월 북미에서 개봉한 영화 ‘웡카’(감독 폴 킹)로 6억달러(약 8008억원) 넘는 박스오피스 매출을 올리더니, 한국에서 먼저 선보인 신작 ‘듄: 파트2’(감독 드니 빌뇌브)로도 흥행 청신호를 켰다.
29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 개봉한 ‘듄: 파트2’는 하루 만에 관객 15만2950명을 극장으로 불러모았다. 전편인 ‘듄’ 첫날 관객 수 6만1000여명을 훌쩍 넘었다. 북미에선 한국보다 늦은 3월1일(현지시간) 개봉한다. 출발이 좋다. 현지에서 ‘듄: 파트2’가 전편을 뛰어넘는 북미 매출을 올릴 거란 예측이 나온다. 미국 영화 잡지 프로는 이 영화 북미 최종 매출을 1억6400만달러(약 2189억원)에서 2억1300만달러(약 2843억원) 사이로 예상했다. “전편 개봉 이후 주연배우 티모시 샬라메와 젠다이아의 인기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치솟았다”면서다. ‘듄’은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1억800만달러(약 1441억원)를 벌어들였다.
근육질 남성성 벗어나… “수천 가지 표정 내는 오묘한 배우”
영화에서 멸문한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 폴을 연기한 샬라메를 두고 해외 매체는 “소년 같은 순수함을 버리고 어둡고 복잡한 인물로 변신했다”(할리우드리포트)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영화에 2.5점(5점 만점)으로 짜게 점수를 주면서도 “샬라메는 풋내기 왕자로 시작해 카리스마 있고 사악하게 변신하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했다”고 호평했다. 2017년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감독 루카 구아다니노)으로 스타덤에 오른 샬라메는 블록버스터와 예술영화, 주연과 조연을 가리지 않고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네 자매와 우정을 쌓는 이웃집 소년(영화 ‘작은 아씨들’)이 돼 풋풋한 매력을 보여 주다가도 인육을 씹는 방랑자(영화 ‘본즈 앤 올’)로 변신해 고독을 곱씹게 만들었다.
그러니 “어느 각도에서 찍느냐에 따라 수천 가지 표정이 나오는 오묘한 배우”란 ‘웡카’ 정정훈 촬영감독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샬라메는 ‘웡카’에서 초콜릿 제왕이 되는 웡카를 맡아 노래와 춤까지 소화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샬라메는 여러 캐릭터에 녹아들면서도 자기 매력을 발현하는 배우”라며 “정형화된 미남 외모는 아니지만, 그렇기에 귀여운 모습부터 퇴폐미까지 다양한 매력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샬라메의 호리호리한 몸매와 성별 경계를 초월한 패션은 그를 ‘대안적 남성성’의 아이콘으로 만들기도 했다. 미국 연예매체 벌처는 샬라메를 “마블이 주도한, 인위적이고 과잉된 근육질 남성성에 대한 해독제”라고 표현했다. 샬라메가 “남성성이 육체적인 힘이나 지배력과 관한 것이라는 신화를 무너뜨린다”(보그 프랑스)는 분석도 있다.
팬들에게 다정한 ‘티수종’, 한국 팬에게 준 깜짝 선물은
샬라메의 한국 별명은 ‘티수종’이다. 팬들에게 상냥하고 다정하다며 배우 최수종의 이름과 티모시의 ‘티’를 합쳐 붙인 애칭이다. 그는 ‘듄: 파트2’ 홍보차 지난 19~22일 내한했을 때도 카페에서 팬들에게 사진을 찍어주거나 사인해주는 등 숱한 미담을 남겼다. 화룡점정은 22일 레드카펫 행사에서 찍혔다. 샬라메는 자신이 표지로 실린 타임 잡지에 ‘웡카’ 속 노래 가사를 적어온 팬에게 영화에 등장하는 황금 티켓을 건넸다. ‘이 세상 모든 좋은 일은 꿈과 함께 시작한다’(every good thing in this world started with a dream)는 문구를 영어로 적은 채였다. 깜짝 선물을 받은 행운의 주인공은 김지니(24)씨. 김씨는 쿠키뉴스에 “긴 취준(취업준비) 생활로 심적으로 지쳤을 때 ‘웡카’를 봤다. 노래 ‘포 어 모먼트’(For a moment)가 삽입된 장면에서 티모시의 웡카가 나를 위로해주는 느낌을 받아 그 곡 가사를 적어 갔다”며 “집에 가는 내내 웃음을 감출 수 없을 정도로 기뻐하다가 이런 행운이 내게 일어났다는 것에 울컥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티모시의 글이 취준 생활에 불을 다시 지피게 했고, 내 인생을 더 값지게 열정적으로 살아보고 싶게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