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배구를 향한 역대급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먼저 여자배구에선 ‘봄배구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IBK기업은행과 ‘선두를 맹추격하는’ 흥국생명이 격돌한다.
IBK기업은행과 흥국생명은 오는 5일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도드람 2023-2024 V-리그 정규리그 마지막 6라운드 맞대결을 펼친다.
흥국생명은 25승7패(승점 70)로 2위에 랭크돼 있다. 선두 현대건설(24승8패⋅승점 73)과 승점 차는 3점에 불과하다고, 심지어 팀 승수는 흥국생명이 더 많다. 흥국생명이 선두 자리를 꿰찰 조건은 충분한 셈이다.
아울러 현대건설이 직전 경기에서 정관장에 2-3으로 패한 점도 막판 대역전극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흥국생명이 다시 한번 선두 도약 기회를 얻은 가운데,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승점 3점을 가져간다면 선두 주인공은 즉시 바뀐다.
IBK기업은행 역시 호락호락 하지 않다. 올 시즌 상대전적에서는 흥국생명이 5전 전승으로 앞서고 있지만, IBK기업은행은 3~5라운드 모두 풀세트 접전을 펼치는 등 만만치 않은 전력을 과시한 바 있다.
아울러 IBK기업은행은 아직 봄배구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5위 IBK기업은행(승점 46)과 3위 정관장(승점 58) 승점 차는 12점이다. 정규리그 잔여경기 4경기에서 승점 12점을 확보한다면 실낱 같은 봄배구 가능성을 잡을 수 있다.
3월6일 대한항공-우리카드
‘반드시 이기고 싶은’ 정규리그 1위 결정전
1위 대한항공과 2위 우리카드는 이번 시즌 마지막 맞대결을 펼친다. 이날 승패에 따라 정규리그 1위 주인공이 가려질 전망이다.
홈팀 대한항공은 22승11패(승점 67)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최근 8연승을 달리며 기세도 좋다. 연승 숫자를 늘려나가는 동안 위기도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탄탄한 스쿼드의 힘을 보여줬다.
세터에 유광우, 아포짓 임동혁, 아웃사이드 히터에 정한용까지 누구 한 명이 들어가도 베스트 라인업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최근 들어선 정지석과 김민재의 컨디션마저 돌아왔다. 이젠 정규리그 1위라는 목표를 향해 남은 경기에 사활을 걸 예정이다.
지난 현대캐피탈 경기에서 교체로 들어와 52%의 세트성공률을 보여주며 팀을 승리로 이끈 유광우는 “36경기 중 하나지만, 이기게 된다면 정규리그 1위에 더욱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거다. 우리 손으로 직접 해결하고 싶다”면서 우리카드전 필승을 다짐했다.
2위 우리카드 기세도 심상치 않다. 직전 한국전력 경기에서 셧아웃으로 승리하며 1위 대한항공과 승점 차를 4점으로 좁혔다. 아직 대한항공보다 한 경기를 덜 치른 만큼 정규리그 1위 탈환의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대체 외인으로 합류한 아르템 수쉬코(등록명 아르템)가 짧은 시간이었지만 팀에 많이 녹아들었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도 “타점을 잡아서 때리는 게 매우 좋았다. 한태준 토스를 빠르게 가져가는 훈련을 했고, 좋은 결과로 돌아온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최근 송명근의 존재감도 상당하다. 5라운드부터 본인의 입지를 키워가더니 지난 한국전력전에서는 1년 만에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양 팀의 상대전적에선 우리카드가 3승2패로 앞서고 있다. 다만 1~3라운드에서 우리카드가 이긴 이후 4라운드부턴 대한항공이 모두 승리를 거둔 바 있다.
3월6일 한국도로공사-현대건설
지옥의 막바지 일정을 시작하는 현대건설이 이른바 ‘김천산 고춧가루’를 피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는 경기다. 현대건설의 정규리그 마지막 고비가 한국도로공사전으로 시작된다.
나란히 네 경기의 정규리그 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현대건설은 승점 73으로 흥국생명(승점 70)에 3점 앞선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맞대결을 남겨두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충분한 리드는 결코 아니다
직전 경기였던 정관장전에서 풀세트 혈투 끝에 패하며 승점 1점밖에 얻지 못했다.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는 개인 한 경기 최다득점 신기록인 44점을 터뜨렸지만, 모마의 뒤를 제대로 받쳐준 선수가 보이지 않았다.
양효진이 12점을 올리며 모마를 제외한 선수들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지만 평소보다 화력이 크게 떨어지는 모습이었고,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에는 누가 나서도 화력과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승점 1점 획득에 만족하기에는 현대건설다운 경기력이 전혀 나오지 않은 경기였다.
정관장전에서 체력을 잔뜩 소모한 현대건설은 이번 김천 원정을 시작으로 험난한 여정에 돌입한다. 이 경기를 마친 뒤 다시 수원으로 올라가 3일 간격으로 IBK기업은행-흥국생명을 연달아 만나고, 3일 휴식 후 광주 원정길에 올라야 한다. 그래서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스타트를 잘 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순위는 6위에 처져 있지만, 언제든 상위 팀들에게 ‘고춧가루’를 뿌릴 수 있는 한 방을 가지고 있다. 봄배구가 무산됐기 때문에 오히려 매 경기에 부담 없이 임할 수 있다는 것도 무서운 점이다.
아울러 한국도로공사는 이번 경기에 1승을 향한 확실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나설 예정이다. 이번 시즌에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유일한 팀이 현대건설이기 때문이다. 비록 김천의 봄은 무산됐지만, 현대건설을 상대로 전패를 당하는 굴욕만큼은 피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일 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대건설만 만나면 부실해지는 블로킹 캐치 능력(시즌 평균 블로킹 성공률 12.08%, 현대건설전 블로킹 성공률 10.51%)을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하다. 선수 개개인으로 보자면 역시 이윤정과 타나차 쑥솟(등록명 타나차)의 활약이 중요하다.
최근 그리 컨디션이 좋지 않은 현대건설의 미들블로커들을 상대로 이윤정이 얼마나 리딩을 어렵게 만드는 경기 운영을 할 수 있느냐와,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리치) 쪽으로 쏠릴 상대의 견제를 타나차가 얼마나 역이용해서 득점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가장 힘든 일정을 시작하는 현대건설이 김천산 고춧가루를 피해서 무사히 승리를 챙길 수 있을까. 한국도로공사는 승부를 쉽게 끝낼 생각이 없어 보인다.
3월7일 한국전력-OK금융그룹
벼랑 끝에 몰린 한국전력과 3년 만의 봄배구가 간절한 OK금융그룹이 격돌한다. 3년 만의 봄배구를 눈앞에 둔 OK금융그룹에 필요한 승점은 단 3점이다.
남자 프로배구 역대급 봄배구 전쟁 속에서 OK금융그룹이 3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고 있다. OK금융그룹은 오는 7일 한국전력과 정규리그 마지막 맞대결을 펼친다.
현재 OK금융그룹은 18승15패(승점 52)로 3위에 랭크돼있다. 직전 경기에서 삼성화재에 패했지만 여전히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삼성화재는 18승15패(승점 48)로 4위에 머무르고 있다.
OK금융그룹이 이날 한국전력을 상대로 3-0 혹은 3-1 승리로 승점 3점을 확보한다면, 남은 경기 모두 패하더라도 최소 준플레이오프 진출까지 가능해진다.
현재 5위 한국전력의 정규리그 잔여경기는 3경기이며 4위 삼성화재와 6위 현대캐피탈은 각각 3경기, 4경기가 남아있다. 삼성화재, 한국전력, 현대캐피탈 역시 봄배구 희망을 안고 6라운드 혈투를 벌이고 있다.
올 시즌 OK금융그룹과 한국전력의 상대전적에서는 한국전력이 3승2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한국전력 타이스 덜 호스트(등록명 타이스)는 올 시즌 OK금융그룹전에서 공격 점유율 35.41%, 공격 성공률 50%를 기록한 바 있다.
OK금융그룹도 삼성화재에 발목이 잡히면서 주춤했다. 삼성화재를 만나 안방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던 OK금융그룹은 2018-19시즌 당시 2019년 3월 5일 삼성화재와 홈경기 패배 이후 5시즌 만에 패했다.
3월7일 정관장-GS칼텍스
‘6연승’을 질주하고 있는 정관장이 장장 7년을 갈망해왔던 ‘대전의 봄’을 확정지을 수 있을까. 정관장은 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GS칼텍스와 도드람 2023-2024 V-리그 6라운드 맞대결을 펼친다.
정관장은 현재 19승14패(승점 58)로 3위에 랭크돼있다. 4위 GS칼텍스(18승15패⋅승점 51), 5위 IBK기업은행(15승17패⋅승점 46)까지 봄배구행 티켓을 노리고 있는 가운데 가장 우세한 입장이다.
정관장은 지난 현대건설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승점 2점을 챙기며 6연승을 달렸다. 이제 봄배구 확정까지 필요한 승점은 단 1점이다.
물론 5일 IBK기업은행과 흥국생명전 결과에 따라 일찌감치 봄배구행이 가려질 수도 있다. 하지만 IBK기업은행이 흥국생명을 상대로 승점 3점을 얻을 경우, 정관장은 GS칼텍스를 상대로 최소한 승점 1점을 챙겨야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 지을 수 있다.
최근 기세가 좋은 정관장이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완성도 높은 경기력을 드러내며 여자 프로배구 판도를 요동치게 만들고 있다. 정관장의 목표는 준플레이오프 없는 봄배구다. 올 시즌에는 대전에서 따뜻한 봄날을 만끽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