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영향에 코스피 지수가 상승했다. 증권가에서도 지난해 발표한 올해 연간 코스피 지수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다만 3월 지수 흐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상태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지수는 직전 거래일 대비 1.21%(31.91p) 상승한 2674.27에 장을 종료했다. 지난달에 이어 이달 첫 거래일부터 상승장으로 마감했다. 특히 코스피 지수는 지난 2월 한 달 동안 전월 대비 5.82% 급등했다.
통상 매년 2월경 국내 증시는 큰 상승이나 하락세가 나타나지 않는 보합세에 머무르는 게 일반적이다. 3월에 시작되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시장이 관망세를 보여서다. 그러나 올해 2월 코스피 지수의 상승세는 지난 2005년에 집계된 8.43% 이후 19년만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이례적인 지수 상승세는 정부가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배경으로 추정된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은 상장기업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해 국내 증시 저평가 현상을 벗어나 도약하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주주환원에 대한 요구가 높았던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7조8086억원을 순매수해 지수 견인을 이끌었다.
3월도 코스피 상승세…증권가 “올해 코스피 지수 상단 ‘삼천피’ 예상”
증권가에서는 이달에도 코스피 지수가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3월 코스피가 최대 2750p에 도달할 것으로 봤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란 정책적 재료는 소진됐으나, 펀더멘털 측면에서 문제는 없을 것으로 진단했기 때문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코스피는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로 펀더멘털과 무관한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이달부터는 다시 경제와 실적 등 기본적인 요소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주식시장 측면에서 다행인 건 할인율과 연관된 시장 금리가 느린 속도라도 내려갈 수 있다는 점이다”라며 “아울러 1분기와 2분기의 순이익 전망이 견고하게 유지되는 점도 주가 상승을 지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국내 증권사들은 지난해 발표한 올해 연간 코스피 지수의 예상 밴드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연간 코스피 밴드 상단을 기존 2800p에서 3000p로 상향했다. 코스피가 일명 ‘삼천피’를 넘어선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이 폭발한 지난 2021년 1월부터 12월말까지 기간에 국한된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주총 시즌이 마무리되면 투자자 관심은 단기적으로 이동할 수 있으나, 밸류업이 일시적인 테마가 아닌 만큼 국내 주식시장의 펀더멘털을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최근 코스피 지수 밴드 상단을 기존 2650p에서 2870p로 올렸다.
신종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경기상승 사이클 확장과 미국의 노랜딩 이슈, 국내 밸류업 프로그램 등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과 증시 저평가에 대한 투자자 관심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밸류업을 고려해 주주환원 인식 제고 및 배당성향 확대에 따라 증시 할인폭 일부 완화(8.5%)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차익물량 출회 가능성도 있어…정책 모멘텀 소강상태”
그러나 앞선 주장과 정반대의 의견도 제시된다. 키움증권은 정책적 재료의 소멸 속에 차익물량 출회 가능성을 염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국내 증시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안 발표 이후 단기 재료 소멸에 따른 차익매물이 출회돼 그간의 상승폭을 일부 축소시키는 모습이 연출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실적 시즌 및 정책 모멘텀이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경계 심리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단기 차익물량 출회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정책 기대감으로 오를 수 있는 상승분을 초과 달성한 가운데 2차 외국인 수급 유도를 위해 ‘잘 버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한국은 일본과 달리 수출 의존도가 높아 이익 사이클 변동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