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연결해드려요” ‘전공의 구직’ 창구 잇단 개설

“일자리 연결해드려요” ‘전공의 구직’ 창구 잇단 개설

기사승인 2024-03-13 06:05:01
최근 한 온라인 설문조사 플랫폼에 개원가와 전공의를 연결하는 모집 공고가 게재됐다. 온라인 설문조사 플랫폼 공고 일부 캡처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 추진에 반발해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이 4주째 복귀를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일자리를 지원하는 창구들이 잇따라 개설되고 있다.

12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사직 전공의들의 일자리를 연계하고, 구인구직 활동을 돕는 통로들이 생겨나고 있다. 익명을 보장하는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전공의와 개원가를 연결하거나 용역을 직접 제공하는 기업도 나타났다. 

최근 한 온라인 설문조사 플랫폼에는 개원의 원장을 대상으로 사직 전공의를 연결하는 모집 공고가 올라왔다. 공고는 병원 이름과 주소, 연락처, 업무 시간 및 조건 등을 적도록 했다. 일자리가 성립되면 기록된 개인정보는 바로 삭제한다고 안내했다. 

자신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라고 밝힌 해당 공고의 기획자는 경찰 수사를 의식해 익명으로 진행하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고를 통해 “파트, 풀타임으로 블로그 작성, 병원 사무 업무 등으로 지원하고자 하는 선생님들을 전국적으로 연결해드리오니 관심 있으신 원장님들의 큰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알렸다. 

기업도 전공의의 역량을 활용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병의원 경영 컨설턴트 기업 한국엠바이오는 병원 복귀를 거부한 전공의들에게 새로운 진로를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엠바이오 측은 병의원 경영자가 의료기관 경영 상태 점검을 의뢰할 경우 자료 분석 등을 전공의에게 용역으로 넘겨주고 인건비를 지불하겠다고 했다.

한국엠바이오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직면한 현실을 고려해 기업이 필요한 현장 실태 조사나 학술적 연구 아이디어, 의료·바이오 제품 개발 관련 업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구인 공고를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시의사회는 사직 전공의에게 새 일자리를 이어주기 위해 지난 6일 구인구직 게시판을 열었다. 12일 오후 4시 기준 227개의 글이 게재됐으며, 일감을 찾는 전공의들의 문의가 몰리고 있다.

정부는 사직 의사를 표명한 전공의의 구인구직은 법에 어긋난다고 선을 그었다. 사직이 인정되지 않은 만큼 취업이나 병·의원 개설은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7일 브리핑을 통해 “수련과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에서 전공의가 수련병원이나 수련기관 외 다른 의료기관, 보건 관계 기관에서 겸직 근무를 하면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실장은 “겸직 위반을 하면 징계사유가 된다”며 “처방전을 다른 사람 명의로 발행하거나 진료기록부를 작성하면 그 자체도 의료법 위반으로 면허 자격이 정지되고 징역과 벌금 등 벌칙이 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수련병원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에게 월급을 줄 필요가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8일 브리핑에서 “면허정지 기간 중 의료행위를 하거나, 3회 이상 면허정지 처분을 받을 경우 면허 취소 대상이 된다”며 “고용관계 규정 해석에 따라 전공의가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기간 동안에는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했다.

12일 기준 서울시의사회 구인구직 게시판 일부. 일자리를 찾는 사직 전공의, 휴학 의대생의 구직글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의사회 구인구직 게시판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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