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의 산실로 꼽히던 대학로 소극장 학전이 33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5일 학전은 전날 ‘학전, 어게인 콘서트’를 끝으로 모두와 작별한다. 학전은 배우 김윤석, 황정민, 설경구, 장현성, 조승우 등을 비롯해 여러 스타를 배출한 무대이자 수많은 소극장 뮤지컬 등을 올리는 등 대한민국 공연 예술의 요람으로 꼽힌다.
학전은 ‘아침이슬’ 등을 부른 가수 김민기가 1991년 3월15일 서울 혜화동 대학로에서 개관한 소극장이다. 문화예술계 인재들의 못자리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학전은 이후 라이브 공연의 성지로 통했다. 고(故) 김광석과 노영심, 안치환, 동물원 등 가수들이 관객과 직접 소통한 곳이다. 학전이 기획·제작한 작품만 359개에 달한다.
라이브 음악은 학전의 기틀이었다. 1994년 초연한 ‘지하철 1호선’이 대표적이다. 한국 뮤지컬 최초로 라이브 연주를 선보여 화제였다. 4000번 이상 무대에 오르며 70만명 넘는 관객과 만났다. 이외에도 ‘모스키토’, ‘의형제’, ‘개똥이’ 등 한국형 뮤지컬의 지평을 열었다. 무대에서 실제로 떡볶이를 만드는 ‘고추장 떡볶이’를 비롯해 ‘우리는 친구다’, ‘슈퍼맨처럼!’ 등 어린이 관객을 위한 공연 제작에도 힘썼다.
스타들이 꿈을 키운 곳이기도 했다. 배우 김윤석, 설경구, 황정민, 장현성, 조승우를 비롯해 이정은, 김무열, 안내상, 최덕문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많은 배우들이 학전에서 기틀을 닦았다. 고 김광석은 학전에서만 1000회 이상 공연을 펼치는 등 대표 가수로 통했다. 가수 윤도현의 첫 공연장 역시 학전이었다. 영화 ‘기생충’의 음악감독인 정재일 역시 학전 공연의 음악을 연출했다. 김 대표의 투병과 경영난으로 학전이 폐관한다는 게 알려지자 33팀의 가수와 배우들이 자발적으로 ‘학전, 어게인 콘서트’를 기획하기도 했다. SBS에서도 학전의 이야기와 상징성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방송키로 했다.
학전은 역사의 뒤안길로 향하지만 명맥은 이어진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학전이 쓰던 공간을 이어받아 운영을 이어갈 방침이다. 다만 “어린이와 청소년, 신진 음악인을 위하는 김민기 대표의 뜻을 잇되 학전의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 독자적인 공간으로 운영해 나가길 바란다”는 학전 측 의사를 존중해 이름을 달리 한다. 올해 하반기 중 재개관 예정이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