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수헤주로 부상한 대표적인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인 증권주가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대형사와 중소형사를 가릴 것 없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잔존해서다. 업계에서는 증권주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주요 증권업 종목을 담은 KRX 증권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21% 하락한 750.83으로 장을 마감했다.
KRX 증권 지수는 이달 초 775.04를 기록했으나 한 달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3.12% 내려갔다. 올해 들어 두 달 동안 17.31% 급등한 것과 비교하면 최근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개별 종목으로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이달 들어 전날까지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10.2% 줄어든 8080원까지 내려갔다. 아울러 한국금융지주(-6.11%)와 삼성증권(-1.9%), 키움증권(-1.2%) 등 다수 증권사도 부진한 흐름을 면치 못했다.
증권주들의 이같은 하락세는 부동산 PF와 해외 상업용 부동산 부실 우려가 투자 심리를 끌어낸 영향으로 추정된다. 증권사들이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와 함께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강화에 주력함에도 실적 전망이 암울한 탓이다.
지난해 9월말 기준 금융권 부동산 PF 규모는 약 147조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증권사의 국내 부동산 PF는 약 25조원이다.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위험 노출액)은 14조4000억원 수준이다.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는 미래에셋·NH·하나·메리츠·신한·대신증권 등 대형 증권사 6개사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해외 부동산은 지난해부터 오는 2025년에 만기도래하는 익스포저가 많아 리파이낸싱 부담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브릿지론 위주 대손 부담이 전망된다. 중소형 증권사는 중후순위 브릿지론 비중이 70%로 매우 높다. 본 PF를 위한 재구조화 혹은 경공매 과정에서 상당한 손실 인식이 전망된다는 게 투자업계 측 분석이다.
공문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증권사 자산건전성에는 대형사는 해외 부동산, 중소형사는 브릿지론 및 중후순위 본 PF의 영향이 클 것”이라며 “국내외 부동산 익스포저 약 42조5000억원 중 5조5000억원이 누적 손실로 인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증권사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증권사들의 연간 실적 발표를 살펴보면 부동산 관련 투자자산 손실이 큰 곳은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해외 부동산 대규모 손실인식 영향에 전년 대비 57.8% 하락한 당기순이익 2980억원을 냈다. 하나증권은 2708억원의 순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다올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도 PF 리스크에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증권업종에 대해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익스포저가 큰 증권사는 1분기 실적에 대한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대적으로 양호할 것으로 기대되는 증권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추가로 주주환원 정책 확대를 발표했거나, 향후 발표 가능성이 높은 증권사가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른 수혜 기대로 주가 흐름 전망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주주환원 정책 확대를 선언한 증권사는 △메리츠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이다. 이들은 예년 대비 배당 규모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은 오는 2025~2026년까지 주주환원률을 30% 이상 유지할 방침이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결산 배당금을 보통주 1주당 2200원으로 전년 대비 29.4% 증액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