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 비례대표 인선 문제로 ‘호남홀대론’이 커지고 있다. 당내 반발까지 발생하면서 한동훈 중앙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당내 관계자는 ‘호남홀대론’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일 정치권에서는 이번 비례대표 공천에 ‘편법’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당헌·당규상 비례대표의 25%를 호남출신 인사를 포함하도록 했지만 국민의미래는 해당 규정이 없다.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문제로 당내 반발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철규 국민의힘 공동인재영입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발표된 국민의미래 후보 공천 결과는 아쉽다. 비례대표를 두 번 배려하지 않는다는 당의 오랜 관례가 깨졌다”며 “당을 위해 헌신한 사무처 당직자는 당선권에 한 명도 포함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발대식 및 공천자대회’(공천자대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주기환 전 국민의힘 광주시당위원장은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순번 발표 후 “광주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비례대표 후보를 사퇴하겠다”며 “국민의힘은 비례대표 당선권에 호남인사 25%를 우선 추천하는 당규를 담았지만 광주는 완전히 배제됐다”고 꼬집었다.
이뿐만 아니라 조배숙 전 전북도당위원장과 호남 지역구 후보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선거운동을 하지 않고 후보직을 내려놓겠다고 예고했다.
당내 반발에도 한 총괄선대위원장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역구 254명과 비례대표 명단 중 한 명도 내가 추천한 사람은 없다. 사천은 우스운 말”이라며 “호남 출신 인사가 상당수 포함됐다”고 말했다.
‘호남홀대론’으로 대통령실과 관계도 위험해졌다는 반응도 나오는 상황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서 호남비례대표를 강조한 것은 용산의 의중이다. 지역감정을 완화하고 국민 대통합의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며 “그러나 다른 방향으로 공천이 이뤄지면서 다시 ‘사천’ 문제가 물 위로 올라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역균형을 통해 수도권 민심도 잡기 위한 전략도 있었을 것”이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의 사당화와 비례위성정당 차별화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국민의힘에서 험지로 분류되는 안산상록갑에 출마한 장성민 후보는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발대식 및 공천자대회’에서 호남권 후보인 여수시갑 박정숙, 여수시을 김희택 후보와 함께 손을 잡고 기자석에 등장해 국민의힘 험지를 양지를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국민의힘 비례대표는 국민화합과 국민 대통합의 전략적 포석으로 두는 게 좋다”며 “그런 측면에서 이재명 대표의 사당이 호남을 배제할 때 통 큰 전략으로 중산층과 호남을 포용하는 빅텐트 전략으로 가는 게 옳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남홀대론이 나오면 총선 전반에 마이너스 영향을 미칠까 크게 우려된다”며 “민주당에서 사천논쟁이 심화할 때 국민의힘은 더 큰 공당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좀 더 포용적인 리더십으로 비례대표를 재조정해 국민화합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호남홀대론으로 총선전체판세에 악영향이 생길 수 있어 한 총괄선대위원장의 정치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은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공천에서 지역감정 잡음이 발생하면 안 된다. 문제가 커지면 중도층 민심에 빨간불이 들어올 것”이라며 “당내 갈등을 정리하기 위해 ‘호남홀대론’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