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실종’·‘대화 실종’ 첨예한 양당 정치의 병폐가 수년째 계속되며 양당제를 타파하고자 하는 정치 개혁 세력이 등장했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기성 정당의 부패를 비판하면서 이준석, 이낙연을 위시한 개혁신당, 새로운미래가 등장했다. 이어 조국을 앞세운 조국혁신당도 등 국민 앞에 선보이며 때아닌 ‘인물 정치’가 이뤄지고 있다. 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로 인해 여야 위성정당들도 출현해 자매 정당임을 밝히고 있으며 이 가운데 인요한 등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인물을 통해 본 22대 총선 판도를 분석한다. (편집자주)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 평가되던 조국혁신당이 총선판 돌풍 일으키고 있다. 제3지대 정당 중 가장 늦게 닻을 올렸지만 가파른 지지도 상승세를 보이며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마저 위협하는 모양새다.
거꾸로 흐르기 시작하는 ‘조국의 강’
‘조국 사태’의 조국이 돌아왔다. 조국 대표는 지난 2월 조국혁신당을 창당해 제3지대 중 가장 후발 주자로 이번 총선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1월 ‘비법률적 명예 회복’을 언급하며 총선 출마를 시사한 지 3개월 만이다.
조국혁신당의 창당 배경에는 조 대표의 ‘명예 회복’이 있다. 그는 현재 자녀 입시 비리 혐의,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 등으로 2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상고심 중이다. 관련 재판에서 자신의 소명과 해명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문화·사회·정치적 방식으로 소명하겠다는 큰 그림 아래 탄생한 당이 조국혁신당인 셈이다.
이를 방증하듯 조 대표는 지난 3일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도 “저는 지난 5년간 무간지옥에 갇혀 있었다”며 “온 가족이 도륙되는 상황을 견뎌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와 땀으로 지켜온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파괴하는 윤석열 정부의 역주행을 더는 지켜볼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조국표 ‘정권심판론’의 등장이다.
빠르게, 더 강하게, 더 선명하게, 가장 뜨거운 파란 불꽃
정권심판을 강조하는 조국혁신당은 창당 때부터 ‘반윤 메시지’를 부각했다. ‘3년은 너무 길다’, ‘검찰독재 조기종식’ 등의 슬로건을 내걸며 한층 더 높은 정부 비판 수위로 민주당과 차별화를 꾀했다. 실제로 ‘한동훈 특검법’을 1호 총선 공약으로 내놓는가 하면 당의 최종 목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데드덕’이라고 공언하며 당의 선명성을 더해갔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24일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며 선대위 명칭을 ‘파란 불꽃’으로 결정하기도 했다. 불꽃이 가장 뜨거워졌을 때 붉은색을 넘어 파란색을 띤다는 데서 착안한 명칭이다. 조 대표는 “빠르게, 더 강하게, 더 선명하게, 가장 뜨거운 파란 불꽃이 돼 검찰 독재정권을 하얗게 불태우겠다”고 강조했다.
검찰개혁과 정권 심판이라는 ‘원 포인트’ 전략은 30%에 육박하는 지지율 상승세로 이어졌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16~18일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1008명을 대상으로 유선 전화면접(10.3%), 무선 ARS(89.7%)를 병행해 ‘비례대표 정당 투표 의향’을 물은 결과, 조국혁신당이 29.8%로 범야권 비례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7.9%를 오차범위 밖에서 제쳤다. 국민의힘 비례정당인 국민의미래 33.6% 다음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돌풍’ 조국혁신당 견제하는 민주당…‘몰빵론’ vs ‘뷔페론’
정치권에서는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최대 15석 확보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국혁신당이 주장하는 이른바 ‘지민비조’(지역구 민주당, 비례대표 조국혁신당) 기류가 뚜렷해지면서다.
조 대표는 결국 민주당의 견제 대상이 됐다. 민주당 내에서 비례의석수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오면서다. 이에 민주당은 ‘더불어몰빵론’(지역구도 민주당, 비례대표도 더불어민주연합)’을 내세워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이달 초 서로 연대와 협력을 강조했던 것과는 사뭇 대조되는 상황이다.
조 대표는 ‘뷔페론’을 꺼내 들어 맞섰다. 그는 지난 20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뷔페에 가면 여러 코너가 있지 않나”라며 “음식을 보고 본인 취향에 맞는 것을 택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유권자들이 각자 기준에 따라 판단하고 선호도에 따라 결정하도록 맡겨둘 문제라는 것이다.
조국혁신당, 최대 리스크도 ‘조국 사태’
조 대표는 이번 총선에 비례대표로 출마한다. 그러나 재판 중인 피고인이 당선 안정권에 오르자 ‘방탄용 배지’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조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조국혁신당의 최대 위험 요소가 될 전망이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어 자격정지(피선거권 제한)까지 받게 되면 조 대표는 의원직을 박탈당한다. 당의 구심점이자 상징인 조 대표가 의원을 잃게 되면 조국혁신당은 과거 열린민주당처럼 민주당에 흡수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조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노려 ‘조국 방지법’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조국방지법은 비례대표 정당에서 유죄가 확정된 경우는 그다음 순번의 승계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조국 대표를 향해 “범법자들에게 릴레이하듯 국회의원직을 승계하고 거기서 세비 받아먹고 특권 누리라고 하는 게 헌법정신인가”라며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대부분 국민 그렇게 보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조국혁신당 내부에서도 사법리스크에 대해서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조 대표는 자신의 사법리스크에 대해 “사법 리스크란 게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국법 질서와 사법 질서를 지키고 있고 절차에 따라가고 있다”고만 답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