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와 삼성전자 등이 주주총회에서 주주와의 소통에 방점을 찍었다. 날카롭고 불편한 질문 역시 경청, 주주들의 목소리를 듣는 ‘열린 주총’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LG전자는 26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제22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의장을 맡은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이날 개회선언에서 “올해 주주총회는 기존과는 달리 사업 전략과 비전을 투명하게 공유하며 소통하는 한편, 경영성과를 주주와 나누는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하는 차원의 열린 주주총회 콘셉트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는 온라인 실시간 중계도 병행됐다.
조 사장은 주주들에게 중·장기 전략 방향을 설명, 향후 회사의 목표 등을 상세히 이야기했다. 주주들의 질문에도 성심껏 답했다. LG전자가 추진 중인 인수합병(M&A)에 대해 질문이 나오자 조 사장은 “지난해 ‘2030 미래비전’ 발표를 하면서 포트폴리오 전환을 위해 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앞으로 조인트벤처(JV)나 지분투자, M&A 등의 자본 투자를 늘리고 기회를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현재도 JV나 M&A에 대해 상당히 관심을 갖고 보고 있는데 지분투자에서 빠른 결과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LG전자의 최고경영진도 총출동했다. 류재철 H&A사업본부장, 박형세 HE사업본부장, 은석현 VS사업본부장, 장익환 BS사업본부장, 김창태 최고재무책임자(CFO), 이삼수 최고전략책임자(CSO), 김병훈 최고기술책임자(CTO) 등도 참석해 각 사업본부 전략을 주주들에게 소개했다. 사장 등이 홀로 주주의 질문에 답하던 과거와 달리 더욱 상세한 답변도 나왔다. 올레드 TV 관련 전략에 대해 박 사업본부장은 “경쟁사가 올레드 시장에 진입한 것에 대해 저희는 기회라고 보고 있다. 전 업체가 올레드에 돌입하면서 시장 확대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며 “제품 경쟁 우위를 점하면서 5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계속 유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주주총회장 입구에는 특별 전시존도 마련됐다. 앞서 미국에서 열린 CES 2024에서 공개한 ‘스마트홈 AI 에이전트’가 국내 첫 선을 보였다. LG랩스 전시존에는 두 개의 커피 캡슐을 하나로 추출할 수 있는 ‘듀오보’와 올인원 오디오 ‘듀크박스’ 등이 전시됐다. LG전자의 도전과 실험정신을 보여주는 제품들이다.
앞서 열린 삼성전자의 주주총회도 전과 달랐다. 삼성전자는 지난 20일 경기 수원컨벤션에서 제55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했다. 600여명의 주주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최초로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 및 주주와의 대화 시간이 마련됐다. 디바이스 경험(DX) 부문장인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계현 반도체(DS) 부문장, 노태문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 박학규 경영지원실장, 용석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이영희 글로벌마케팅실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김용관 의료기기사업부장, 김우준 네트워크사업부장 등 주요 경영진 13명이 참석했다.
삼성전자 경영진은 주주들의 ‘뼈아픈’ 질문에도 성심껏 답했다. 한 여성 주주가 반도체 사업 부진 이유 등에 대해 묻자 “업황도 있고 준비를 못한 것도 사실”이라며 “근원 경쟁력을 회복해 시황 영향을 덜 타는 사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주는 고(故) 이병철 삼성 선대 회장을 언급하며 임원진을 질타했다. 그는 “이 회장님께서는 실적 위주의 경영을 했다. 이 회장이 계셨다면 임원분들이 지금 자리에 앉아계실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임원분들께서) 사퇴하실 생각은 없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한 부회장은 “말씀해 주신 부분을 잘 새겨듣겠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당사가 발전할 수 있도록 임직원 전체가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으니 꾸준한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답했다.
삼성전자도 주주총회 행사장 앞에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삼성전자의 대표 사회공헌 및 상생 활동을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전시를 마련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운영 중인 삼성전자 C랩이 육성한 스타트업 소개 공간도 있었다. △CES 2024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AI 기반 커머스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튜디오랩’ △AI 기반 맞춤형 탈모 관리 솔루션을 개발하는 ‘비컨’ △투명도를 조절하는 스마트 윈도우 ‘뷰전’ 등이다.
전문가는 주주와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축제’ 같은 주주총회가 확산돼야 한다고 봤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발언을 막거나 입장을 제한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며 “시대가 변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갖게 됐다. 또한 주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 불만을 해소시킬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위 교수는 “기업은 주주의 이야기를 더 오래 듣고 그들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 기업이 주주에게 지켜야 할 예의”라고 이야기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