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제도 감축, 구조조정이 웬말”…이마트 노사 갈등

“복지제도 감축, 구조조정이 웬말”…이마트 노사 갈등

구조조정·의료비 지원 축소…이마트 노사 대립 확산
노사협의회 통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은 ‘위법’
“제대로 된 경영철학과 약자인 노동자 먼저 생각해야”

기사승인 2024-03-28 11:50:25
마트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사측의 일방적 의료비 지원 축소를 규탄하기 위해 27일 이마트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김한나 기자

이마트가 실적 부진에 따른 비용을 줄이기 위한 체질 개선에 돌입하며 노사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달 의료비 지원을 축소한데 이어 지속적인 인력 감축을 통한 구조조정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까지 단행한 상태다.

이에 이마트노조는 “법적 대응도 고려 중”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노사 갈등의 골은 깊어질 전망이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이마트지부는 27일 서울 중구 이마트 본사 앞에서 사측의 일방적인 복지제도 감축과 구조조정 시행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박상순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6일 사내메일에 이마트 사규 개정 안내가 게시됐고, 6700여개의 의료비 삭감 반대 댓글이 달린 걸 봤다”며 “이제 사원들은 주는 대로 받으며 참지만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부위원장은 “이마트는 중량부를 반복적으로 진열, 계산하고 반복 조리를 하는 업무 등으로 대다수 사원이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인력을 단축하고, 정년으로 인원이 자연 감소돼 업무 강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원 활동가는 전반적인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를 언급하며, 이번 투쟁을 계기로 노동권의 기본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활동가는 “이마트노조는 사측과 싸워서 따낸 지원과 유급병가도 있고 (사측의) 반격이 들어올 때 맞설 힘도 있지만 일반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에 유급 병가도 없는 경우가 많다”며 “이마저도 법적으로 문제가 안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의료비 삭감에 맞서는 투쟁을 계기로 앞으로 의료 공공성, 노동자 건강권 쟁취 등 보편적으로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앞장서서 싸워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현장 사원들의 분노 섞인 발언도 이어졌다. 봉원경 평택지회장은 “토종할인점인 이마트가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오너리스크라고 하면서 오너가 바뀌어야 이마트가 살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고 꼬집었다.

봉 지회장은 최근 승진한 정용진 회장을 언급하며 “정 회장은 2021년 신년사에서 성공과 실패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내성을 키우고 위기를 견딜 수 있는 체질을 만들자고 했다. ‘좋았다면 멋진 것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라고 했는데 그 경험이 지금의 이마트 적자 경영을 만들었다는 생각은 안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마트의 사업 부진에도 회장으로 승진했다. 정 회장이 강조한 신상필벌은 공평하게 적용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제대로 된 경영철학과 나보단 약자인 노동자를 먼저 생각해주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덧붙였다.

정민정 연맹 수석부위원장도 “이마트에서 일하다 아픈 건 노동자 잘못이 아니다. 당연히 사업주가 책임져야 하는 일”이라며 “경영실패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지 말라. 의료비 지원 중단 계획 즉각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트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사측의 일방적인 의료비 지원 축소를 규탄하기 위해 27일 이마트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마트산업노조 이마트지부
강우철 마트노조 위원장은 “정 회장이 승진하면서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정면돌파하겠다고 했다. 정 회장의 정면돌파가 직원들 집에 보내고 의료비 깎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강 위원장은 “노사협의회를 통해 의료비 지원 후퇴안을 밀어붙이는 것”이라며 “법원은 정권 눈치보고 재벌 눈치보면서 민주적 정당성이 결여된 근로자 대표를 인정하는 판정을 했다. 말도 안되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노조의 요구안은 복지제도 감축 계획을 철회하고, 구조조정에 따른 부족한 현장 인력을 충원해달라는 것이다.

노조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복지제도 축소는 근골격계 질환이 만성적인 사업장에서 대표적인 근골격계 치료 항목의 지원을 제외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2019년 마트노조에서 대형마트 노동자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골격계 질환 실태조사에서 설문 인원 70%가 근골격계 질환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마트는 지난 2월 1분기 전사 노사협의회를 열고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 증식치료 및 유사 비급여 치료 항목에 대해 오는 4월부터 의료비 지원을 중단한다고 협의했다.

노조는 “의료비 지원 등 사측이 정한 복지 규정은 회사 사규로서 취업규칙에 해당한다. 이를 변경하려면 노조의 과반수 동의, 전체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함에도 이마트는 노사협의회 협의만 거쳐 일방적으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의료비 지원 제도는 취지와 목적에 맞는 운영을 위해 회사의 재량권 행사가 가능한 제도”라며 “일부 비급여 항목에 대한 지원을 축소했지만 종합검진 대상자를 확대해 질병의 사전예방 관리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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