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에 투자자 피해배상까지 이어지면서 내부통제 이슈가 강조되는 상황이다. 증권사들도 지난해부터 곳곳에서 터진 리스크 등장으로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책무구조도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7월3일부터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이에 따른 위임 사항을 구체화하기 위해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시행령 및 감독규정에 관한 입법예고와 규정변경예고를 실시했다.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책무구조도 도입과 내부통제 관리의무 부여 등 금융권의 내부통제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금융사 임원들은 본인 소관 업무에 대해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부여받는다. 금융위 관계자는 “근본적인 금융권의 내부통제 행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에 언급된 책무구조도는 임원 개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내부통제 대상 업무의 범위와 내용을 금융사 스스로 각자의 특성을 고려해 사전에 문서화한 것이다. 금융사의 주요 업무에 대한 최종 책임자를 특정해 내부통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 수 없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금융업권별 책무구조도 제출 시기는 금융사 부담을 감안해 특성 및 규모에 따라 차등해서 규정했다. 증권사의 경우 자산총액 5조원·운용자산 20조원 이상 대형사는 내년 7월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그 외 증권사는 오는 2026년 7월 내 제출로 정해졌다. 법률 개정에 따른 임원의 내부통제 등 관리의무, 임원의 적극적 자격요건 확인·공시·보고는 책무구조도 제출 이후부터 시행된다.
책무구조도 도입은 지난해부터 금융권에 내부통제 관리 미흡에 따른 사건·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증권업계도 지난해 4월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대규모 주가 폭락 사건 이후 채권형 신탁·랩어카운트 자전거래,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 홍콩H지수 ELS 손실·피해보상 등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대부분이 불공정거래와 내부통제 이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증권사들은 손실된 신뢰성 회복과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책무구조도 도입을 위한 선제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이다. 우선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9월 책무구조도 컨설팅에 착수하고, 올해 1월 준법경영부를 신설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달 중으로 회계 및 법무법인 자문을 통해 책무구조도 로드맵을 마련하겠다”며 “이후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맞게 적용을 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연말까지 관련 시스템 구축과 파일럿 운영을 시작해 책무구조도 제도 조기 정착과 내부통제 체계 혁신을 목표로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사 부서장 내부통제 업무 매뉴얼과 가이드라인까지 함께 마련해 임원의 내부통제 이행 조치활동을 더욱 명확하게 운영할 방침이다.
NH투자증권도 책무구조도 마련과 내부통제 관리 의무 수행을 위한 인적·물적 인프라 구축을 시작한 상태다. 앞서 지난해 정기 조직개편에서 책무구조도 도입 대응을 위해 내부통제 전문가들로 구성된 준법기획팀을 준법감시인 직속 팀으로 신설하기도 했다. 이후 올 1월에는 전 임원들이 참여한 워크숍에서 삼정KPMG 전문가를 초청해 설명회를 진행했다.
KB증권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과 KB증권 전 본부 부서가 참여하는 내부통제 제도개선 TFT를 구성했다. 이를 통해 임원 및 부서장 대상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본격적인 내부통제 제도개선 프로젝트 추진을 시작했다. 주요 추진 과제는 책무구조도 작성·관리 방안과 이행 점검을 위한 시스템 설계, 임원 자격요건 강화 등이다.
중소형 증권사도 이같은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한양증권은 준법감시인 산하에 준법경영현식부를 신규 설립했다. 해당 부서는 내부통제위원회를 운영해 전사적 내부통제 프로세스를 진단 및 개서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한양증권 내부통제시스템은 준법경영혁신부를 비롯하여 준법감시부, 법무지원부 등 3개 부서 체제로 재편됐다.
아울러 준법경영혁신부는 ‘임원 책무구조도 제도’도 운영·관리한다, 한양증권 관계자는 “당사는 자산 5조원 미만 금융투자회사로 오는 7월 개정안 시행 이후 2년간 유예기간이 있다”면서도 “선제적 대응을 위해 부서 신설을 단행했다”고 했다.
IBK투자증권의 경우 책무구조도 대응을 위한 발걸음에 나섰다.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이사는 취임 1주년 서면 간담회에서 “책무구조도 대응 방안도 마련할 예정으로, 금융투자협회 등 업계 공동 용역 실무 TF가 추진되면 참여할 계획이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관련 지속가능 보고서 등 의무 공시 기준이 있는데, 당사는 자기자본 1조원 규모라 공시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다”면서도 “적극적으로 추진을 시작한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은 구체적인 것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책무구조도 도입에 대해 검토와 준비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사모펀드 및 홍콩 H지수 ELS 사태 등으로 모든 금융회사가 내부통제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고 있다”며 “내부통제 중요도가 높아진 만큼, 증권사별로 선제적인 도입이나 관련 방안 마련을 위해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