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에서 야당인 민주당의 압승으로 그간 정부·여당이 주도해온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증권가에선 정부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승했다는 평가와 함께 금투세 과세 유예 연장 가능성도 낮다고 분석했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44분 기준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전국 개표율은 99.88%로 집계돼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정당별 의석수는 범야권인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이 174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시간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는 108석으로 예상됐다. 이외 타 정당은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2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으로 추정됐다.
앞선 제21대 국회에서도 여소야대 국면은 동일했지만, 이번 총선이 야당 압승으로 끝나면서 정부·여당의 경제정책 추진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대부분이 총선 이후 입법을 전제로 발표됐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내 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한다. 원활한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민주당과의 정치적 합의 도달이 필수적이어서다. 금투세 폐지안의 경우 민주당이 당초 여야 합의대로 유예된 시점인 오는 2025년 도입을 주장하는 만큼,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소야대 국면이 지속되면서 정부가 총선 후 입법을 전제로 추진하던 정책들에 대해서는 수정 및 재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향후 정부 정책에 대해서 야권을 설득할 수 있는 교집합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 자사주 소각 시 이를 비용으로 처리해 법인세를 줄여주거나, 기업의 전기 대비 배당 증가분에 대해 세액을 공제하는 등의 세제 지원 기대감 약화는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개표 결과 여야간 격차는 사상 최대 수준이 됐다. 밸류업 정책의 모멘텀 상실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오는 5월 이후 밸류업 정책은 예정대로 이어지겠지만 주가를 부양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야당이 선거에서 크게 승리했고, 이미 제정된 법안을 고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금투세 유예 연장 가능성은 높지 않고, 반대급부로 IRP 계좌에 대한 수혜 확대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될 것. 개인투자자의 이탈과 사모펀드 과세 등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보다 확실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만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여야간 공감대가 형성된 분야도 존재해서다. 민주당은 총선 공약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 내 ‘주주의 비례적 이익’ 추가를 포함하는 상법 개정안을 제시한 바 있다. 더불어 M&A·물적분할 시 소액주주 차별 시정, 공적기금 운용 시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높은 가중치 부여 등도 공약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납입한도·비과세 한도 증액, 투자대상 확대 등 ISA 세제 혜택 강화 또한 여야 모두 공약한 상황이다”며 “향후 새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며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이벤트는 계속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