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 돌아왔다…류현진 살린 ‘피칭 디자인’ 변화

‘괴물’이 돌아왔다…류현진 살린 ‘피칭 디자인’ 변화

두산전 6이닝 무실점 첫 승…KBO 복귀 후 최고 투구
비결은 변화구 위주 ‘피칭 디자인’
패스트볼 계열 구사율 71.6%에서 46.8%로 낮춰
MLB서 통했던 예리한 체인지업 돋보여

기사승인 2024-04-12 10:54:58
역투하는 류현진. 연합뉴스

‘괴물’이 돌아왔다.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이 변화 단 하나로 반등에 성공했다. 단순한 듯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인 ‘피칭 디자인’이 그 주인공이다.

류현진은 1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원정경기에 선발출전해 6이닝 1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시즌 첫 승을 챙겼다. 평균자책점도 종전 8.36에서 5.85로 대폭 낮췄다.

이날 류현진은 ‘팔색조 변화구’로 상대를 꽁꽁 묶었다. 1회를 삼자범퇴로 마친 류현진은 2회 2사 후 양석환에게 볼넷을 내줬다. 이어 후속타자 박준영을 상대로 ‘체인지업 쇼’를 펼쳤다. 류현진은 7구를 모두 체인지업으로 던져 박준영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예리한 체인지업에 박준영은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했다. 

류현진은 5회 2사 후 김기연에게 중전 안타를 맞기 전까지 노히트노런 투구를 선보였다. 6회도 깔끔하게 정리한 류현진은 시즌 두 번째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매 이닝 투구 패턴을 바꾸면서 상대 공략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두산 간판타자 양의지는 ‘폭포수 커브’를 보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한화가 그대로 승리하면서 류현진은 KBO리그 통산 99승이자 시즌 마수걸이 승리를 거뒀다.

역투하는 류현진. 연합뉴스

반등 요인으로 ‘피칭 디자인’ 변화가 꼽힌다.

지난 세 경기, 류현진은 패스트볼 위주 투구를 펼쳤다. LG 트윈스와 개막전에선 패스트볼 계열 구종을 총 57%(패스트볼 51.2%, 커터 5.8%) 던졌고, 다음 KT 위즈 경기 땐 64%(패스트볼 48.3%, 커터 15.7%)로 비율을 더 올렸다. 직전 경기였던 키움 히어로즈전엔 패스트볼 계열 비율이 무려 71.6%(패스트볼 56.8%, 커터 14.8%)로 치솟았다. 

메이저리그(MLB) 시절과 다른 투구 패턴이었다. 류현진은 MLB에선 패스트볼이 아닌 변화구 위주로 경기를 풀어갔다. 지난 시즌 류현진의 패스트볼 계열 구사율은 41.2%(패스트볼 31.7%, 커터 9.5%)에 불과했다. KBO리그 복귀 후 류현진이 얼마나 패스트볼 비율을 높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너무 급격한 변화였을까. 패스트볼을 더 던질수록 류현진은 상대 타선에 공략당했다. 패스트볼을 가장 많이 던졌던 키움전에서 류현진은 4.1이닝 9실점으로 부진했다. 이는 류현진의 KBO리그 데뷔 후 최다 실점이었다. 아무리 날 선 제구력이라도 던지는 구종이 한정적이면 공략 당하기 십상이다. 패스트볼 위주 단순한 패턴에 타자들은 쉽게 반응했다. 

결국 류현진은 변화구 위주로 피칭 디자인을 재설정했다. 두산전에서 류현진의 패스트볼 계열 구사율은 46.8%(패스트볼 34%, 커터 12.8%)로 직전 71.6%에 비해 크게 낮았다. MLB 시절 구사율과 비슷한 수치로 맞췄다. 역으로 커브(20.2%)와 체인지업(33%) 비율을 대폭 올렸다. 다양한 구종에 당황한 두산 타자들은 정타를 쉽게 만들지 못했다. 스트라이크 존 바깥으로 흘러 나가는 변화구에 연신 방망이를 헛돌렸다. 변화구의 퀄리티도 높아서 마치 MLB 전성기 시절 류현진을 보는 듯했다.

경기 후 미소를 보인 류현진. 연합뉴스

경기 후 류현진은 “앞선 경기에서 체인지업을 던졌다 많이 맞았다. 그래서 체인지업에 더 많은 신경을 썼다”면서 “아내가 2019년도(사이영상 2위 시즌) 영상을 모아서 보내줬다. 그 점도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위기에 몰렸던 류현진이 피칭 디자인 변화를 통해 반등했다. 에이스로 거듭난 류현진이 남은 시즌 어떤 활약을 펼칠지 주목된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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