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로 올해 최대 1조9000억원 수준의 추가 손실을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증권업의 수익성 악화가 지속될수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나이스신용평가의 ‘부동산 PF 손실인식 현황과 추가손실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말 국내 25개 증권사(나신평 유효등급 보유 기준)의 국내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26조3000억원으로 전년말(24조9000억원) 대비 6% 증가했다.
투자형태별로 살펴보면 지난해말 우발부채 형태의 부외 익스포저는 19조1000억원으로 전년말(20조9000억원) 대비 소폭 줄었다. 반면 대출채권과 사모사채 등 대차대조표상 집계되는 익스포저는 7조2000억원으로 전년말(3조9000억원) 대비 크게 증가했다. 지난 1년간 신규 부동산 PF 사업이 많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과거 투자했던 익스포저가 여전히 회수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나신평은 증권사의 국내 부동산 PF 익스포저에 대해 중후순위와 사업초기단계(브릿지론 등) 익스포저가 많을수록 상대적으로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증권업의 중후순위 비중은 지난해말 42%로 캐피탈(30%), 저축은행(11%) 대비 높다. 본PF 사업장 40%, 브릿지론 사업장 47% 비중이다.
증권사 부동산 PF 브릿지론은 토지매입가격과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 등으로 사업수지가 저하됐다. 이로 인해 본PF 전환 연결에 실패해 만기연장만 진행하고 있는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증권사 브릿지론 사업장 만기 도래 시기는 80%이상이 올해에 집중됐다.
이예리 나신평 책임연구원은 “사업장별로 만기 도래 시점에 맞춰 매각·청산 시의 손익을 비교하고, 회수가능액이 높은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신평은 지난해 국내 25개 증권사의 부동산 PF 관련 대손비용 총액이 약 1조9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아울러 지난해 인식한 국내 부동산 PF 대손비용이 순영업수익에 차지하는 비중은 증권사 자본규모별 11~15%로 진단했다.
이같은 PF 관련 대규모 대손 인식에도 불구하고 추가 충당금 추가적립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연구원은 “지난해 증권업은 전반적으로 상당한 규모의 부동산 PF 관련 대손비용을 인식하였으나, 여전히 충당금 추가적립이 필요한 수준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나신평은 특정 조건 및 상황에서 도출한 가정치(스트레스 시나리오)를 통해 25개 증권사가 보유 국내 부동산PF 익스포져에서 최종적으로 발생할 손실 규모를 추정했다. 추정을 위해 지난해말 평균 경락가율의 하위 40% 시나리오, 하위 30% 시나리오, 하위 25% 시나리오 등 3가지 상황의 각각 예상 손실 규모를 산출했다.
테스트 결과 첫 번째 시나리오에서 약 3조1000억원의 손실발생이 추정됐다. 이어 두 번째와 세 번째 시나리오는 각각 3조7000억, 4조원 가량 손실발생이 예상됐다. 이 연구원은 “지난해말 기준 이미 적립한 대손충당금 및 대손준비금 2조원을 감안하면, 시나리오별로 향후 1조1000억~1조9000억의 추가 손실규모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사업단계별로는 본PF 비주거용 사업장 중 중후순위 익스포저 중심으로 손실이 확대될 전망이다. 브릿지론은 전체 사업장에서 약 38~46% 손실이 날 것으로 분석됐다. 초대형사는 가장 높은 스트레스를 가정한 세 번째 시나리오 하에서 전체 브릿지론 규모 대비 관련 손실 비중이 30% 내외로 추산됐다. 다만 대형사와 중소형사는 시나리오별 브릿지론 손실 비중이 50~60%로 더 높았다.
나신평은 추가 손실이 인식되더라도 증권사의 자본적정성은 이를 감내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모든 시나리오에서 증권사의 순자본비율은 규제비율(100%)를 크게 상회하기 때문이다. 조정순자본비율도 대형사와 중소형사가 세 번째 시나리오에서 220%를 웃돌아 우수 기준인 A구간(220~320%)을 유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초대형사는 보통 수준인 BBB구간(150~220%) 구간 값으로 확인됐다. 이는 증권업의 자기자본이 확대된 상황 속에 대손충당금·대손준비금을 적극적으로 적립한 영향이다.
한편 나신평은 이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올해 증권업의 신용등급 방향성을 부정적으로 봤다. 이예리 책임연구원은 “부동산 PF 추가손실 부담이 존재하고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저하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라며 “위탁매매, 자산관리 등 금융부문에서 발생하는 핵심 경상수익으로 국내외 투자자산관련 손실, 판관비를 충당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및 해외 기투자 포트폴리오의 위험도가 높아 대손발생 부담이 클 경우, 부동산 외 타 사업기반이 여리하면 수익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수익성 저하와 더불어 재무안정성이 저하되는 경우 신용등급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용등급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