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서 ‘게임’은 정치권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고, 지난해 ‘롤드컵’으로 잘 알려진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이 한국서 열렸다. 페이커가 이끄는 T1이 우승하던 순간에는 경기장에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현장 응원을 펼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콘솔게임 볼모지였던 한국에서 해외 게임상을 휩쓴 공전의 히트작 ‘P의 거짓’이 등장했고, 확률형아이템⋅게임 질병코드⋅등급분류 등 입법 관련 이슈들도 함께 부상했다. 게임 정책 한 가운데는 문체위원장을 맡은 이상헌 의원실에서 밤낮없이 뛴 이도경 보좌관이 있었다. 제21대 국회 임기가 3주 정도 남은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그를 만났다.
이도경 보좌관은 최근 ‘유니콘 오버로드’ 엔딩을 봤다. 게임의 모든 콘텐츠를 빠짐없이 경험하는 타입이라 약 156시간 플레이 타임을 찍었다고 한다. 엔딩 후 새롭게 열리는 콘텐츠를 즐기기 전에 쉬어가고 있다고.
유니콘 오버로드는 바닐라웨어가 개발했고, 아틀러스가 프로듀싱과 퍼블리싱을 맡았다. 지난달 2일 전 세계 판매량 50만장을 돌파하면서 출시 초기 재고 부족을 겪기도 했다. 독특한 그래픽과 차별화된 전투가 특징이다. 플레이스테이션 등으로 하는 콘솔게임이다.
게임 자체는 물론, 유니콘 오버로드 개발자 스토리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카미타니 조지 바닐라웨어 대표가 투자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끌고 온 덕에 출시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서도 ‘유니콘 오버로드’ 나올 수 있을까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에서도 지난달 30일 콘솔과 인디게임을 지원한다는 진흥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에서도 유니콘 오버로드 같은 게임‧개발자가 성장할 수 있을까. 이 보좌관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는 “조승래 의원과 인디게임 개발자들과 간담회를 한 적 있다”며 “개발이 다 끝나고 나서야 지원이 이뤄지는 것에 관한 어려움을 많이들 말했다”고 털어놨다. 장기간 프로젝트인데 중간 단계서 지원이 없다보니 이어나갈 경제적‧사회적 동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특히 지방 개발자는 정보 얻기도 힘들고, 정책이 주로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있다는 점도 한계점이다. 이 보좌관은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의견이 많았다. 진흥계획에는 이런 고민의 흔적이 잘 보이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콘솔게임 진흥책에 관해서도 아쉬움을 털어놨다. 이 보좌관은 “콘솔게임은 고위험 고수익이다 보니 대형 게임사 위주로 개발되고 있다”며 “모태펀드 문화계정을 경제 지원책으로 꼽았는데, 지원 규모가 한정적이다. 중소 게임사에 지원이 가닿기에는 어떤 지원을 하겠다는 건지 모호함이 컸다”고 평가했다.
진흥계획에는 e스포츠 지원책도 함께 담겼다. 다만, 기금 마련에 관해서는 모태펀드 투자 활성화를 위해 문화산업 정의에 e스포츠를 명시하도록 법을 개정하겠다는 내용뿐이다. 현장서 꾸준히 요구해온 스포츠 토토 편입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발표 이후 이뤄진 백브리핑에서도 윤양수 문체부 콘텐츠정책국장은 “스포츠 토토에 포함되면 오히려 체육 기금이 줄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며 소극적 태도를 보여 아쉬움을 남겼다.
이 보좌관은 “e스포츠가 편입되면 오히려 기금이 늘어난다”며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하는 것은 맞다. 그렇지만 현재 국민체육진흥기금 재정 상태가 충분하지 않다.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때”라고 말했다.
21대 국회 아쉬웠던 점은 게임법 전부개정안…“균형 중점 둘 것”
21대 국회에서 아쉬웠던 부분으로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게임법 전부개정안)’과 통계법 개정을 꼽았다. 게임법 전부개정안은 게임산업 진흥을 위한 협의체 구성, 등급분류 주체 변경 등을 골자로 한다. 지난 2020년 12월15일 발의됐지만, 2021년 전체회의와 2022년 공청회 이후 멈춰있다.
‘게임 과몰입’이 무조건 질병으로 분류되지 않을 수 있도록 통계법을 개정하는 법률안 역시 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있다. 이 보좌관은 “유기적으로 여야 의원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와도 협의를 꾸준히 이어갔으면 좋았을 거 같은데 이런 부분이 부족했던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경험을 바탕으로 제22대 국회에서는 통계법 개정 법안을 또다시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규제’가 아니라 ‘균형’에 중점을 두는 것도 그의 22대 국회 목표다. 이 보좌관은 “게임사들이 해온 일련의 활동들이 지금의 규제로 이어진 측면도 있다”면서도 “게임을 정말 좋아하는 개발자도 많다. 이런 사람들이 현장서 더 즐겁게 좋은 게임을 개발하기에는 걸림돌이 되는 요소가 꽤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잘못된 부분은 개선하면서 장려할 부분은 지원하는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 한 게임 박물관에 갔을 때, 부모와 자녀가 즐거워하며 게임하는 모습이 마음에 오래 남아 있다”고 회상한 그는 게임이 세대 간 연결고리가 돼 줄 거라고 이야기했다. 그러기 위해 게임과 게임 환경 모두 더 좋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보좌관은 22대 국회에서 강유정 의원실에 합류해 정책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게임을 즐기면서 동시에 게임을 위한 정책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성덕’이라고 생각한다”며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여명의 빛’을 따낸 것처럼 “돌아봤을 때, ‘게임 정책의 빛’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이 보좌관은 말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