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출입 기자들과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소통에 나선 것은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오전 10시부터 20분간 지난 2년 정부의 국정운영과 정책 추진상황에 대한 국민보고와 3년의 국정운영 계획을 밝힌 직후 10시 25분부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진행됐다.
짙은 군청색 정장에 붉은색 넥타이를 착용하고 연단에 들어선 윤 대통령은 “자주 만나니까 좋죠”라며 “오랜만에 하는 것이니 오늘은 질문 많이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상병 특검법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과의 갈등설 △의정갈등 △연금개혁 △한·일 관계 등 분야를 넘나드는 질의에 답변을 이어갔다. 민감한 질문엔 잠시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한두 분의 질문을 더 받겠다”며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다.
다음은 윤 대통령의 주요 일문일답
-총선 패배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남은 임기 동안 국정 기조를 전환할 생각이 있다면, 어떤 식으로 반영할 계획인가.
▷소통하고 경청하는 정부로 기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다만 경제 기조는 시장 경제와 민간 주도 시스템으로 일관성을 유지하겠다. 고칠 것은 고치고 유지할 것은 유지하겠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 관련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은?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을 끼쳐 드린 부분에 대해 사과드리고 싶다.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을 언급하는 것은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오해가 일어날 수 있다. (검찰이) 공정하고 엄정하게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
-야당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특검은 검찰과 경찰, 공수처 등 수사기관의 ‘수사 봐주기’나 ‘부실 수사’ 의혹이 있을 때 하는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2년 반 동안 사실상 저를 타깃으로 검찰이 특수부까지 동원해 치열하게 수사했다. 지난 정부에서 저와 제 가족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것인지, 부실했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특검에 대해 할 만큼 해놓고 또 하자는 것은 그야말로 특검의 본질이나 제도 취지와는 맞지 않는, 정치 공세이자 정치 행위, 진상을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입장은?
▷국군통수권자로서 안타깝고 참 가슴 아픈 일이다. 이런 사건 재발 방지하고 희생자 명예 회복과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서 진상 규명이 엄정하게 이루어져야 된다. 수사관계자나 향후 재판 관계자들도 저나 국민들, 채 상병 가족들과 똑같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열심히 진상 규명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순직 소식을 듣고 국방부 장관에게 질책을 했다. 앞으로 대한민국 작전을 하더라도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우선 현재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절차를 믿고 지켜보는 게 옳다. 수사를 하면 다 드러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진실을 왜곡해서 책임 있는 사람을 봐주고, 책임이 없거나 약한 사람에게 뒤집어씌우는 것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절차가 마무리되면 수사 경과를 설명할 것인데,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 제가 먼저 특검을 하자고 주장을 하겠다.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을 호주대사로 왜 임명했나. 당시 출국 금지 상태였는지 알고 있었나.
▷출국금지 처분은 인사기관에서도 전혀 알 수 없는 보안 사안이고, (출국금지 사실이) 유출되면 형사처벌 대상이다. (이 전 대사가) 지난해 9월 공수처에 고발된 것은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치인이나 장관 중에도 공수처에 고발된 분들이 많이 있는데, 그 사건들이 전부 처리되는 것은 아니다. (이 전 대사에 대한) 실질적인 수사가 이뤄져서 소환을 한다든지 조사가 진행됐다면 사법리스크를 검토해서 인사발령을 낼 때 재고할 수 있겠지만, 공수처나 검찰, 경찰에 고발됐다는 것만으로 인사를 하지 않는다면 공직 인사를 하기가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공수처가 이 전 대사에 대한) 출국금지를 지난해 연말 걸었다고 하는데, 출국금지를 걸면 (피의자를) 소환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잘 없다. 출국금지 기간을 두 번씩이나 연장하면서도 (이 전 대사를) 소환하지 않았다는 것은 저도 오랜기간 수사 업무를 했지만 좀 이해하기 어렵다.
-의대증원 갈등에 대한 입장은?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복안이 있다면, 우리 정부 당국이 지난 30여 년 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왔겠나. 그런 건 없다. 저희들이 의료계와 이 문제를 벌써 1년 넘도록, 정부 출범한 거의 직후부터 다뤄왔다. 어느 날 갑자기 의사 2000명을 발표한 것이 아니다. 의사협회, 전공의협회, 병원협회, 대학협의회 같은 단체들이 통일된 의견을 모으지 못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지만 정부는 저희가 생각하는 로드맵에 따라 뚜벅뚜벅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의 길을 걸어나갈 것이다. 다행히 야당에서도 국민들이 바라는 의료개혁에 대해 많은 공감과 지지 의사를 표시해줬기 때문에 이 문제를 푸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하며 갈등을 빚었다는 의혹 있었는데.
▷한 전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 비서실장과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얘기가 나온 것 같다. 이는 오해가 있었고 문제는 바로 풀었다. (한 전 위원장의) 정치 입문 기간은 짧지만 주요 정당의 비대위원장이자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총선을 지휘했기 때문에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고 생각한다” 정치인으로서 길을 잘 걸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전 위원장과의 오찬이 불발했는데 다시 만날 계획 있나.
▷저와 20년이 넘도록 교분을 맺어온 한 전 위원장을 언제든지 만날 것이다. 아마 선거 이후에 본인도 많이 지치고 재충전이 필요한 것 같아 부담을 안 주고 기다리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언제든지 식사도 하고 만나게 될 것이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와 만날 의향 있는가.
▷언론과 정치권과의 소통 열겠다고 말씀드렸다. 어떤 정치인도 선 긋지 않고 늘 열어두겠다. 협치라고 하는 것이 한술밥에 배부를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정치가 오랫동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어떤 과잉, 갈등 등을 만들어가면서 우리 정치가 진행돼왔다. 서로가 협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자세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향후 개각 여부와 시기는?
▷제가 너무 고집불통이라고 비판하는 분도 있지만, 취임 이후부터 지금까지 개각이라고 하는 것을 국면 돌파용으로 쓰지 않겠다고 얘기해 왔다. 후보 대상이 되는 분들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다 검토해서 국민을 위해서 제대로 일할 수 있는 분들을 찾아서 인사를 하도록 하겠다. 조급하게 할 생각은 없다.
-연금개혁 관련 입장은?
▷임기 내에 국회와 소통하고 사회적 대합의를 이끌어내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역대 정부는 연금개혁 문제를 방치했다. 매년 10월 말이 되면 국회에 연금개혁 관련 보고서를 제출하게 돼 있는데 그야말로 간단한 형식적 보고서만 냈고 국회에서도 거의 논의를 안 해서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 저희가 수리통계 자료뿐만 아니라 연금 추계를 위해 제일 중요한 미래의 인구추계, 그와 관련한 수리통계 자료, 국민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여론조사와 심층 FGI(집단심층면접)까지 진행해 6000쪽에 가까운 방대한 자료를 국회에 냈다. 하지만 21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인 만큼, 22대 국회로 넘겨서 조금 더 충실하게 논의하겠다. 제 임기 내에는 이것이 확정되도록 적극 협조하겠다. 많은 국민들이 연금 문제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갖게 해 폭넓은 공론화 과정을 거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