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을 제패한 ‘월드챔피언’ T1이 예상 외로 부진하면서 LCK 두 팀의 운명이 엇갈렸다. 프나틱과 탑e스포츠(TES)를 연파한 젠지e스포츠(젠지)는 승자조에 올랐고, 비리비리 게이밍(BLG)에 패한 T1은 하위조로 떨어졌다.
젠지는 지난 11일(한국시간) 중국 청두 파이낸셜 시티 공연 예술 센터에서 열린 ‘2024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브래킷 스테이지’ 승자조 2라운드 LPL 2시드 TES와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3-2로 이겼다. 1~2세트 승리 뒤 3~4세트를 내리 내주며 위기에 몰렸으나 5세트에 소중한 승리를 따내며 승자조 3라운드에 진출했다.
젠지, LCK 자존심 지켰다
젠지는 지난 스프링에서 정상에 오르면서 ‘포핏(Four-Peat)’이라는 LCK 역사상 유례없는 기록을 세웠다. 기세를 탄 젠지는 MSI에서도 LCK 최정상다운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결승 직행전에 올라갔다.
LCK 1번 시드로 브래킷 스테이지에 직행한 젠지는 지난 8일 LEC 2번 시드 프나틱을 상대로 첫 경기를 치렀다. 1·2세트에서 ‘쵸비’ 정지훈이 코르키와 아우렐리온 솔로 전장을 지배하면서 손쉽게 승리를 쓸어 담은 젠지는 3세트에서도 40분에 벌어진 대규모 교전에서 승리, 세트 스코어 3-0으로 상위조 2라운드에 올라갔다.
지난 11일 상위조 2라운드에서 젠지는 LPL 2번 시드 TES를 상대로 진땀을 뺀 끝에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했다. 1·2세트에서 절묘한 라인 스왑 전략을 성공시키면서 치고 나간 젠지는 TES의 끈질긴 추격에 연이어 발목이 잡히면서 5세트로 승부를 이어갔다.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젠지는 ‘캐니언’ 김건부의 시그니처 픽인 니달리를 꺼냈고, 김건부가 연이어 창을 적중시키면서 소중한 승리를 챙겼다.
경기 후 ‘헬퍼’ 권영재 코치는 쿠키뉴스와 1대1 인터뷰에서 “니달리는 (김)건부의 시그니처 픽이다. 물론 니달리 말고 다른 픽이 더 있었다. 하지만 건부가 의견을 강력하게 제시해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면서 “사실 3~4세트 모두 건부가 말리고 시작했다. 힘들 만한 게임이었다. 5세트에도 초반에는 쉽지 않았다. 멘탈이 나갈 만한 게임이었음에도 경기를 잘 끌어서 캐리한 건부가 진짜 대단하다”고 박수를 보냈다.
결승 직행전에 올라간 젠지는 오는 16일 지난해 MSI와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패배의 쓴맛을 안겼던 LPL BLG를 상대로 5전 3선승제 승부를 펼친다.
T1, G2 넘었지만 BLG에게 발목
플레이인 스테이지 때 두 경기 모두 2-0으로 승리하면서 기세를 올렸던 T1은 ‘천적’ G2를 넘었지만 LPL BLG에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T1은 지난 10일 LEC 1번 시드 G2와 대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했다. 1세트를 가져간 T1은 2·3세트에서 G2의 파상 공세를 막지 못하면서 무너졌다. 4세트에서 정글러 ‘오너’ 문현준의 신짜오를 앞세워 승리한 T1은 5세트에서는 시리즈 내내 부진하던 ‘페이커’ 이상혁이 아리를 잡고 전설급 활약을 펼치면서 승리했다.
12일 LPL 스프링 우승팀 BLG를 맞아 결승 직행전을 노렸던 T1은 뒷심에서 밀리면서 패배했다. 1세트 라인 스왑 전략을 막지 못해 패했던 T1은 2세트 ‘제우스’ 최우제의 자크가 상대 진영을 무너뜨린 덕분에 1-1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T1은 3세트와 4세트 모두 20분까지 대등한 킬스코어를 유지하면서 팽팽한 양상을 만들었다. 하지만 20분 이후 대규모 교전에서 연달아 패하면서 세트 스코어 1-3으로 패했다.
경기 후 스크럼 인터뷰에 임한 ‘구마유시’ 이민형은 “개인적인 생각인데, 전체적으로 다 뜯어고쳐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초반 운영도 라인 스왑을 신경 써야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위조 2라운드로 내려간 T1은 오는 15일 LCS 1번 시드 팀 리퀴드와 ‘단두대 매치’를 갖는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