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가 전기·가스 요금 동결 장기화에도 1분기 무난한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높은 부채비율과 미수금 해소를 위해선 결국 요금인상이 실현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1분기 매출액 23조2927억원, 영업이익 1조299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요금조정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6987억원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7조4769억원 증가해 흑자 전환했다.
전기 판매수익 부문에서 판매량 자체는 산업용 전기 판매량의 감소로 1.1% 줄었지만, 지난해 산업용 전기의 세 차례 요금인상에 따라 판매단가 자체가 9.8% 상승하며 1조9059억원 증가했다.
가스공사 역시 지난 13일 공시를 통해 연결기준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6.6% 증가한 9216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9277억원에 부합한 수치다.
매출은 12조81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6% 감소했지만, 순이익은 4069억원으로 191.9% 늘었다. 지난 한 해 순손실이 7474억원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출발이다.
한전과 가스공사는 몇 년 전부터 고강도의 자구안을 통해 재정 건전화 및 ‘적자 줄이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전, 가스공사 등 12개 에너지 공기업이 재무개선 작업을 거쳐 기존 목표(8조2458억원) 대비 144% 수준인 11조8658억원의 재무개선 성과를 도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 한전의 총부채가 202조4000억원에 달해 한 해 이자비용으로만 4조~5조원을 소모하고 있고, 가스공사 역시 지난해 회수하지 못한 발전용·민수용·기타 미수금이 15조원에 달하는 등 그간 해온 노력에 비해 갈 길이 너무나도 멀다.
급기야 한전은 창사 이래 두 번째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일까지 150명 모집에 두 배가 넘는 369명이 지원한 상태다.
결국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해법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 된지 오래지만, 물가상승 등 어려운 경제상황에 계속해서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2.9%로, 정부의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대에 겨우 걸쳤다. 총선 이후 국회가 아직 구성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3분기 동결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 정책, 총선 직후 국회 구성 등의 행정적 절차 등을 감안하면 3분기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면서 “3분기에 전력 성수기로 불리는 여름이 있어 계절적 요인까지 고려하면 실제 인상 시기는 4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약 올해 중으로 요금인상이 없다면 재무구조 개선뿐만 아니라 발전원, 송·배전 등에 대한 투자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