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저널 그날’發 외압 논란…KBS PD “배후 밝힐 것”

‘역사저널 그날’發 외압 논란…KBS PD “배후 밝힐 것”

기사승인 2024-05-14 15:16:26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KBS 본관 앞 계단에서 KBS PD협회 관계자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김은곤 KBS PD협회 부회장과 김세원 KBS PD협회 회장, 조애진 언론노조KBS본부 수석부위원장, 기훈석 언론노조KBS본부 시사교양 중앙위원. 사진=김예슬 기자

이른 여름 작열하는 태양 아래 KBS PD들이 결연함을 안고 섰다. KBS1 ‘역사저널 그날’ 폐지 논란에 항변하기 위해서다. 14일 서울 여의도동 KBS 본관 앞 계단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연 KBS PD협회 관계자들은 “부당한 제작 중단에 맞서겠다”며 강경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들은 지난 3주 동안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하며 KBS PD들이 외압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현장에는 김은곤 KBS PD협회 부회장과 김세원 KBS PD협회 회장, 조애진 언론노조KBS본부 수석부위원장, 기훈석 언론노조KBS본부 시사교양 중앙위원이 자리했다.

녹화 사흘 전 ‘낙하산 MC’ 통보… KBS에 무슨 일이

이번 일은 ‘역사저널 그날’ 신동조·김민정·최진영·강민채 PD가 13일 성명서를 내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성명서에 따르면 이제원 KBS 제작1본부장은 지난 10일 오전 시사교양국장을 통해 ‘역사저널 그날’ 제작을 무기한 보류하고 제작진 해산을 지시했다. 앞서 제작진은 개편 첫 방송 녹화를 4월30일로 계획하고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사흘 전(업무일 기준)인 4월25일 오후 6시30분경 이제원 제작1본부장이 이상헌 시사교양2국장에게 KBS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조수빈을 진행자로 앉히라고 통보했다. 제작진은 이미 MC부터 패널, 전문가 등 섭외부터 대본 작성, 코너 녹화 등 제작을 진행하던 상태였다. 결국 녹화는 2주가량 연기된 끝에 잠정 중단이라는 결과표를 받아들였다. 김은곤 PD는 “‘역사저널 그날’은 10년 동안 고대사·근현대사를 아울러 역사계의 객관적 사실을 전하며 시청자 신뢰를 구축한 프로그램”이라며 “가치 중립적인 만큼 섭외부터 대본 작업까지 신중하게 자문을 거쳐 진행한다. 녹화 사흘 전 일방적인 교체 및 프로그램 폐지 통보를 받은 건 유례없던 일”이라고 했다.

피켓을 든 김세원 KBS PD협회 회장(왼쪽)과 조애진 언론노조KBS본부 수석부위원장의 모습. 사진=김예슬 기자

“섭외받은 적 없다던 조수빈, 왜 매니저가 거절하나”

KBS 윗선에서 내세운 새 MC는 조수빈이다. 이 일이 논란으로 번지자 조수빈 소속사 이미지나인컴즈 측은 전날 공식입장을 내고 “진행자 섭외를 요청받은 사실이 없다”며 “‘낙하산’ 표현으로 편향성과 연결 지어 유감”이라고 했다. 당사자인 조수빈 역시 SNS에 “할 말은 많으나 회사 입장으로 갈음한다”고 적었다. 다만 KBS PD협회 시각은 달랐다. 이들이 공개한 메신저 대화에 따르면, 지난 8일 조수빈 매니저가 직접 KBS 시사교양국장에게 연락해 일정상 녹화 참여가 불가하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기훈석 PD는 “연락이 온 것 자체만으로도 그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며 “누가 조수빈을 기용했냐는 물음에 임원진은 책임 회피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외압은 처음… 경영진 퇴진 투쟁도 고려”

이날 취재진 앞에 선 KBS PD들은 “내부에선 매일 말도 안 되는 지시에 고통받고 있다”며 “기사화되지 않을 뿐 우린 프로그램과 제작진 명예를 지키기 위해 하루하루 버티며 싸우고 있다”고 호소했다. 조애진 PD는 “이전엔 프로그램 제작에만 하루를 온전히 썼지만 지금은 불합리한 제작 지시를 막는 데 힘을 쓴다”면서 “이런 짓을 6~7년마다 되풀이한다. 수신료로 운영하는 국민의 방송 KBS에 숟가락 올리는 사람이 왜 이리 많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KBS PD 일동은 금주 내 ‘역사저널 그날’의 향방이 결정되지 않으면 강경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기훈석 PD는 “입사 후 22년 동안 각종 외압과 MC 교체, 아이템 변경 등 많은 일을 겪었지만 이번 사례는 다르다”며 “보통은 이런 지시를 내리더라도 최소한의 이유는 밝혔다. 이번엔 이유도 없이 그저 항명이라고만 한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다큐멘터리 불방부터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배후를 끝까지 밝혀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BS PD협회는 이번 사태를 배임으로 규정하고 사내 감사실이나 검경 고발까지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이들은 “제작진이 외롭지 않게 PD 사회와 KBS의 많은 동료들과 여러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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