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은 싫지만, 스릴은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게임이 나왔다. 넷마블이 지난 8일 출시한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나혼렙)’다. 실시간 PvP(플레이어 간 대결)에서 비롯되는 비교나 경쟁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내’가 어떻게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기록을 단축할지가 훨씬 더 중요한 게임이다.
나혼렙은 웹소설‧웹툰 원작인 ‘나 혼자만 레벨업’ IP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액션 RPG 게임이다. 레벨이 고정된 세상에서 혼자만 레벨을 올릴 수 있게 된 주인공 ‘성진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웹소설 원작을 웹툰화한 작품이 전 세계 누적 조회 수 143억회를 기록하는 등 팬층이 두텁다. 이 때문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다. 넷마블은 지난 3월 진행한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원작의 재미를 충실히 구현하는 동시에 게임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차별화를 뒀다”고 설명했다.
가장 핵심 요소는 ‘시간 제한’이다. 성진우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짜여진 ‘스토리’나 폐쇄임무 등 다양한 콘텐츠에서 제한 시간 내 몬스터와 보스를 물리쳐야 한다. 제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는 타이머가 더 잘 보이는 식으로 화면이 바뀐다. 이 때문에 0.01초까지 신경 쓰게 되며 손이 더욱 바빠진다. 주어진 시간 내 클리어하고 서브 미션들까지 달성했을 때는 ‘해냈다’라는 뿌듯함을 느낀다.
이런 재미를 극강으로 느낄 수 있던 곳은 ‘시간의 전장’이다. 랭킹으로 다른 이용자와 시간과 순위 등을 비교해 경쟁으로 볼 수 있지만, 결국은 본인이 클리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려있다. 다만, 실시간 PvP 콘텐츠가 없는 지점은 착한 스릴이면서도, 이를 좋아하거나 익숙해진 이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는 지점이다.
원작의 다양한 캐릭터를 잘 살린 것도 특징이다. 이주희, 서지우, 차해인 등 주요 헌터들은 성장이나 승리를 위한 부차적인 도구로만 남아있지 않다. 스토리 콘텐츠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서브 챕터를 제공해 몰입을 높여준다. 또 알맞은 때에, 알맞은 캐릭터를 투입해야 하기에 각 헌터의 성장과 조합에도 신경 쓰게 된다. 이들에게 장비나 아티팩트를 착용할 수 있게 해 육성에서 자유도를 높인 점도 매력적이다.
원작을 안 봤고, 게임에서 영상 보는 걸 안 좋아하는 편이라 영상을 다 건너뛰었다. 그렇지만 스토리 진행에는 무리가 없었다. 원작을 안보거나 영상 시청을 즐기지 않는 경우에도 불편한 점은 없을 듯하다. 다만, 원작 팬이거나 게임과 영상 모두 즐기는 편이라면 훨씬 몰입이 잘 될 것 같다. 카툰 렌더링 그래픽이 이런 특징을 잘 받쳐주기도 한다.
카드게임을 하듯 ‘덱 빌딩’이 중요한 게임이기도 하다. 캐릭터 자체의 능력치, 방어구와 액세사리 등 아티팩트, 장비는 물론, 캐릭터 간 속성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다른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에서 보스의 특성과 추천 속성을 보고 한참을 고민해 조합을 짜고 조합에 따라 시간을 단축하는 재미가 있었다.
다양한 스킬로 구현하는 화려한 액션도 특징이다. 극한회피나 그림자밟기 등 특정 조건에서 활성화되는 QTE 스킬을 사용했을 때, 손맛을 느낄 수 있다. 이 때문에 수동, 반자동, 완전자동이라는 3가지 모드가 있지만, 수동으로만 게임을 즐겼다.
과금 유도가 과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출석 이벤트나 활동 지원금 등으로 얻을 수 있는 아이템과 재화로도 충분하다고 느껴졌다. 미디어 쇼케이스 내용처럼 메인 BM(비즈니스 모델)은 정액제와 패스로 구성돼있다. 다만, 캐릭터 성장이나 마정석, 스텝이나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 등 구입해야 하는 상품들이 파편화돼 있어 까다롭게 느껴졌다.
나혼렙은 정식 출시 하루 만에 매출 140억원을 기록했다.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 역시 500만명을 달성하는 등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2종인 오리지널 헌터를 점차 늘려갈 예정이며 레이드 등 여러 콘텐츠 업데이트를 주기적으로 선보이려 한다. 이용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크고 작은 대회들도 열릴 예정이다. 넷마블이 나혼렙에서 강조하는 지점은 하나다. “액션 게임 본질에 충실해 장기 서비스하는 대표 게임이 되는 것”이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