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고 도주(뺑소니)한 가수 김호중이 구속된 가운데, 영장을 심사한 재판부가 김호중의 대처를 두고 쓴소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후 미조치, 범인도피방조까지 총 4개 혐의를 받는 김호중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호중은 지난 9일 오후 11시40분께 서울 압구정동의 한 2차선 도로에서 중앙선을 침범, 마주 오던 택시와 접촉사고를 내고 달아났다. 이후 경기도 구리의 한 호텔에 머무르던 그는 17시간이 지나서야 경찰에 출석, 매니저가 운전했다고 거짓 진술하다 경찰 추궁에 덜미를 잡혔다.
재판부는 사고 당일 김호중과 소속사 측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것을 두고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했다. 김호중은 사고를 내고 소속사 막내 매니저(22)에게 전화를 걸어 허위 자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부장판사는 이날 영장심사에서 이를 언급하며 “똑같은 사람인데 김호중은 처벌받으면 안 되고, 사회 초년생인 막내 매니저는 괜찮은 것이냐”며 꾸짖었다.
김호중이 경찰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임한 것 역시 구속 영장 발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호중은 음주 사실을 부인하다 사고 열흘 만인 지난 19일 음주운전을 시인했다. 이외에도 음주량을 묻는 경찰에 소주 10잔이라 진술한 것과 달리 그가 실제로는 소주 3~4병가량을 마셨다는 증언이 나왔다. 경찰의 휴대전화 제출 요구도 거부하다 아이폰 3대를 압수당했고, 이후에도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임했다.
김호중과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 대표, 본부장 전모씨는 서울 강남경찰서 유치장에서 열흘 동안 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게 됐다. 이 대표는 매니저에게 허위 자수를 지시한 혐의(범인도피교사), 전모씨는 김호중의 사고 차량에서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제거한 혐의(증거인멸 등)를 각각 받는다. 경찰이 조사를 마치면 사건은 검찰로 송치된다. 김호중 역시 유치장에서 구치소로 이감 예정이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