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수술 흔적까지’ 조직형 보험사기 MZ조폭들 적발

‘가짜 수술 흔적까지’ 조직형 보험사기 MZ조폭들 적발

기사승인 2024-05-28 12:00:02

MZ조폭 브로커와 병원, 가짜환자로 구성된 조직형 보험사기 일당이 검거됐다. 금감원과 경찰청이 지난 1월 MOU를 체결한 이후 첫 성과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기 신고센터에 입수된 정보를 토대로 지난해 9월 금감원이 서울경찰청에 조직형 보험사기 사건을 수사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여성형유방증 등 허위 수술 기록으로 보험금 21억원을 편취한 사건이다. 서울경찰청은 최근 기업형 브로커, 병원, 가짜환자로 구성된 보험사기 일당을 검거했다.

사건은 먼저 MZ조폭‧보험설계사가 포함된 브로커 조직이 가짜환자를 모집했다. 조직폭력배인 A가 기업형 브로커 조직을 설립해 보험사기 총책으로 범죄를 기획하고, 같은 조직 대표 B는 보험사기 공모 병원의 이사로 실손보험이 있는 가짜환자를 모집했다. 초대형 법인보험대리점 소속인 보험설계사 C는 이들이 모집한 가짜환자에게 보험상품 보장내역을 분석해 추가로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허위 보험금 청구를 대행해줬다.

병원 의료진은 브로커들과 가짜환자 명단을 공유하며 여성형유방증, 다한증 등 허위 수술 기록을 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매월 실적에 따라 브로커들과 수수료를 정산했고,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매월 텔레그램 단체방을 없애고 신규로 개설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일부 의료진이 남은 프로포폴 등 마약성 마취제를 직접 투약하거나 유통한 혐의도 발견됐다.

다수 조직폭력배 조직이 포함된 260여명의 가짜환자들은 주로 입원실에서 채혈만 하고 6시간 동안 머물다가 퇴원하는 식으로 허위 진료기록을 발급, 보험금 총 21억원(1인당 평균 800만원)을 청구했다. 6시간 이상 병실에 머물면 통원이 아닌 입원으로 인정돼 더 많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일부는 적발을 피하기 위해 가슴 부분에 수술 흔적을 가장한 상처 자국을 내거나, 병원에서 발급해 준 다른 사람의 수술 전‧후 사진을 제출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28일 “브로커 조직이 갈수록 기업화‧대형화되면서 교묘한 수법으로 환자를 유인하고 있는 추세”라며 “보험사기를 주도한 병원이나 브로커뿐만 아니라 이들의 솔깃한 제안에 동조‧가담한 환자들도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가 다수 있으므로 보험계약자들은 보험사기에 연루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험사기는 보험제도의 근간을 훼손하고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을 초래하는 대표적인 민생침해 금융범죄”라며 “금융감독원과 경찰청은 향후에도 보험사기 척결을 위해 적극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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