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까 떠날까...취임 2주년 맞은 이복현 금감원장

남을까 떠날까...취임 2주년 맞은 이복현 금감원장

취임 2주년 앞둔 이복현 금감원장
총선 앞두고 선거개입 논란 ‘오점’
이동설 재차 부인…“남은 기간 밸류업 차질 없이 진행”

기사승인 2024-06-05 06:00:38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감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오는 7일 취임 2주년을 맞는다. 역대 금융위원장 중 2년을 넘긴 사례가 많지 않아 이 원장 거취에 또다시 눈길이 쏠린다. 하지만 이 원장은 마지막 1년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자본시장 밸류업에 전념하겠다며 이동설을 재차 일축했다.

이 원장은 4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에서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 원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 2년에 대해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실물경제의 부담이 확대되는 상황 속에서 금융안정과 민생금융을 추진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평가했다.

이 원장은 “PF 대출, 해외 대체투자 등에 대한 질서있는 연착륙을 추진하는 한편, 한국 기업과 자본시장의 밸류업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면서 “공정금융 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홍콩 H지수 ELS 손실에 대한 합리적인 분쟁조정기준을 마련하는 등 금융소비자 보호에도 만전을 기했다”고 자평했다.

간담회 134회·백브리핑 70회

이 원장은 금감원 설립 이래 첫 검사 출신이자, 1972년생 역대 최연소 금감원장으로 취임 초부터 주목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이명박 정권 국정원 댓글 수사 및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을 함께 수사해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불린다.

이 원장 취임으로 금감원의 존재감이 달라졌다.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으로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를 금감원에 공개 소환 조사한 게 대표적인 장면이다. 검찰에서나 볼 수 있었던 포토라인이 금감원 로비에 등장했다. 1999년 1월2일 금감원 설립 이래 처음으로 알려졌다. 재계 거물을 소환해 대형 사건을 다루며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 위상이 달라졌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이 원장은 취임 초반 1년에는 상생금융과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내부통제 강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금융권에서 상생금융으로 내놓은 금액은 지난 3월까지 총 1조272억원에 달한다. 금감원 압박에 신한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BNK금융지주 등 임기 만료를 앞둔 현직 회장들은 연임하지 않고 용퇴하거나 스스로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부동산 PF 연착륙과 홍콩H지수 ELS 등 현안에도 빠르게 대응했다. 지난 20022년 말 구축한 전 금융권 사업장 통합 DB를 바탕으로 금감원은 PF 부실 위험 확산 가능성을 조기 차단했다. 지난 5월 PF 사업장 체계적 재구조화와 정리를 촉진하고 신디케이트론 조성 등의 방안을 내놨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과정에서도 원활한 워크아웃 진행에 금감원 역할이 컸다. H지수 ELS 대규모 투자 손실 사태와 관련해서는 지난 1월 현장검사·민원조사를 시작으로 3월 분쟁조정기준 마련, 5월 대표사례 대한 분쟁조정위원회 개최 등 분쟁조정 절차를 속도감 있게 추진했다.

현장과 소통을 넓힌 이 원장 행보도 주목 받았다. 2년여 동안 이 원장이 소화한 금융업권 및 유관기관 간담회 등 일정은 134회에 달한다. 언론 백브리핑도 70회에 이른다. 시장 불확실성을 낮추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자는 이 원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새마을금고 중앙회 관계자들이 지난 4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양문석(경기 안산갑) 후보 편법대출 의혹 관련 현장 검사를 위해 대구 수성새마을금고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치 금융 꼬리표…‘양문석 편법대출 의혹’에도 총대 메

하지만 이 원장 임기 2년 내내 ‘관치 금융’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종노릇’ 발언에 금감원이 앞장서 은행권에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상생금융으로 이어졌다. 금융권에서도 ‘해도 너무한다’는 불만이 나왔다.

총선을 앞두고서는 선거 개입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양문석(경기 안산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를 담보로 새마을금고에서 20대 장녀 명의로 11억원의 사업자 기업 운전자금 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편법대출 논란이 일었다.

금감원은 “사안의 시급성이 크다”며 공동검사를 먼저 제안했고, 행정안전부가 이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금감원이 새마을금고 검사에 합류했다. 두 기관은 공동검사 착수 이틀 만에 예정에도 없던 브리핑을 열어 ‘위법, 부당한 대출이 맞다’는 잠정 결론을 발표했다. 발표가 총선 사전투표일(5일)을 하루 앞두고 나왔다는 것도 정치 개입 의혹을 짙게 했다. 민주당은 “명백한 관권선거”라고 쐐기를 박았다.

최근에는 공매도 재개 시점을 두고 이 원장 발언이 잡음을 불러일으켰다. 이 원장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IR 일정 중 “개인적 욕심이나 계획은 6월 중 공매도 일부를 재개하는 것”이라고 말한 게 화근이었다. 공매도 재개는 금융위 소관인데다, 대통령실이 즉각 공매도 6월 재개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엇박자를 냈다. 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웠다.
“6개월 될지, 1년 될지 모르지만…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생각”

금감원장 법정 임기는 3년으로, 이 원장 임기도 2025년 6월까지다. 그러나 금감원장은 2년 안팎으로 교체 절차를 밟아왔다. 역대 금감원장 중 윤증현 전 원장, 김종찬 전 원장, 윤석헌 전 원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3년 안에 교체됐다. 이 원장은 안팎으로 계속되는 ‘내각 합류설’을 의식한 듯, 남은 임기 동안 PF 구조조정, 자본시장 밸류업 등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공매도 전산화와 제도개선으로 투자자 신뢰를 높이겠다고 언급했다. 또 금감원 조직문화 확립과 효율적이고 유연한 감독검사시스템 구축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진행된 질의응답을 통해 “2년 지났다고 이제 뭘 좀 안다고 섣불리 잘못 판단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더 겸손하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을 한다”며 “앞으로 6개월이 될지 1년이 될지, 아니면 더 오래가 될 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해야 거시 경제나 국민 경제에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시장개입에 대한 불편한 시각에 대해서는 “아무리 우수한 사람만 모여 있다 하더라도 동질적인 집단은 확증편향 문제를 가질 수 있다. 한 명 정도 다른 얘기를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점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었다)”라며 “다만 독단적일 수도 있고, 수긍이 안 가는 지점은 소통으로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라고 토로했다.

취임 1주년 당시 스스로에게 ‘C+’의 성적을 줬던 그는 임기 2년차 점수에 대해서는 “작년에는 CFD 사태를 비롯해 장기 시세조종 등이 막 터져 나왔다. 우리가 뭔가를 예단해서 잘난 척하면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던 시점이었다”며 “사실 저는 C+가 아니라 완전히 낙제점이라고 제 자신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말씀을 못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전선도 넓어져 있고 내가, 제 자신이 뭐라고 판단하기가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 거꾸로 제가 반문해야 될 입장”이라며 “퇴임할 때는 답변을 조금 드릴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을 아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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