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2대 국회 전반기 원구성 법정 시한인 7일 주요 상임위원장 배정 문제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상임위원 명단 제출과 여야 회동을 거부하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협상이 불발될 경우, 오는 10일 본회의를 열고 주요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우원식 국회의장이 양당 원내대표 회동을 (주재)한다면 결론적으로 저희는 하기 어렵다”며 “중립적으로 국회를 운영하겠다는 뜻을 읽을 수 없기 때문에 오늘 회동 제안이 있더라도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주요 쟁점은 ‘법제사법위·운영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배정 문제다. 여야 모두 핵심 상임위원장 자리 3개를 차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감안해 법사위·운영위원장을 모두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국회의장을 맡지 않은 정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하고,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둔 운영위원장은 관례상 여당이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추 원내대표는 상임위 구성안 제출 시한을 지킬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상임위를 포함한 (구성안은) 제출할 수 없다”며 “원구성과 관련된 내용은 오는 10일 의원총회를 통해 의견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우 의장을 향한 비판도 내놨다. 추 원내대표는 “(우 의장은) 본회의장에서 당선 인사말로 상임위 구성안을 오는 7일까지 제출하라고 일방적으로 말했다”며 “소수 야당을 존중하면서 협치를 이뤄달라는 일말의 기대도 물거품 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는 10일 의원총회를 통해 양당 원내대표의 원구성 협상과 의장 회동에 대한 총의를 모아 회동 참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예고했다.
앞서 추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우 의장께서는 당선 인사에서 대화와 타협, 협치의 의회 정신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기한을 정해 공개적으로 소수당을 압박하는 초유의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야권은 법정시한 내 원구성을 마쳐야 한다며 압박에 나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중요한 것은 국민의 뜻이고, (원 구성 협상) 기준은 헌법과 국회법”이라며 “노는 국회가 아니라 일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상임위원이 선임돼야 상임위원장을 선출할 수 있고 국회가 일할 수 있다”며 “타협과 조정을 해보되, 합의가 되지 않으면 무한히 (합의를) 미룰 게 아니라 헌법과 국회법, 국민의 뜻에 따라 다수결 원리로 원 구성을 하는 게 타당하다. 법대로 신속하게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 가자”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데드라인’에 맞춰 자당 안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오는 10일 본회의에서 민주당 몫 11개 상임위원장 안을 상정해 단독 처리할 계획이다. 국회법상 기한이 있는 상임위원장 선출 안건은 교섭단체 간 합의가 없어도 의장이 본회의 안건으로 올릴 수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당원 소통 행사에서 “10일에 법대로 (원구성을) 하면 될 것 같다”며 “국회의장의 의지와 내용, 지난 5일 단독 개원하는 상황까지 봤을 때 법대로 지켜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예상했다. 이어 “(민주당 몫) 11개 상임위를 잘 조율해 법대로 7일까지 제출한 뒤 기다릴 것”이라며 “저쪽(국민의힘이) 안을 낼지 안 낼지, 늦게 낼지에 따라 우리는 법대로 따박따박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22대 국회 전반기 원구성 협상 양상이 21대 국회와 유사하게 흘러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시 민주당은 원구성 합의가 지연되자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한 바 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